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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동거 끝낸 영국-EU, 뭐가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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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동거 끝낸 영국-EU, 뭐가 달라지나

입력
2020.12.25 17:00
수정
2020.12.25 22:18
1면
0 0

브렉시트 합의로 내년부터 완전 남남
기업들 세관신고서 추가 작성하는 등
무역 혜택 줄고 절차도 까다로워져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런던=AFP 연합뉴스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런던=AFP 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마침내 결별했다. 2016년 영국 국민들이 EU 탈출을 선택한 지 4년 반, 올해 1월 31일 영국이 EU를 공식 탈퇴한 지 11개월만이다. 1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가 ‘이혼 도장’은 찍되 ‘평화로운 별거’에 돌입하는 과정이었다면, 내달 1일부터는 완전히 ‘남남’이 되는 것이다. 당장 새해부터는 상품 교역을 비롯해 이동, 안보 등 적지 않은 부분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까다로워지는 통관ㆍ검역 절차

1월 브렉시트 합의 직후부터 영국 의원 73명은 자동으로 유럽의회 의원직을 상실했다. 영국 장관들 역시 어업제한 구역 설정을 비롯해 포괄적 사안을 결정하는 EU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이미 EU 정치분야 기관ㆍ기구에서는 물러난 셈이다. 그러나 당시 양측은 무역, 어업 등의 사안을 두고는 보다 세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11개월의 과도 기간(전환기)을 설정했다.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브렉시트는 내년 1월1일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앞으로 양측은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우선 내달 1일부터는 양측 교역에 관세 및 규제 국경이 세워진다.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에서 무관세ㆍ무쿼터(수량 제한)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지만,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울타리에 있던 시절과 비교하면 혜택은 줄고 절차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상품 이동에 통관ㆍ검역 절차가 적용되는 만큼 다소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EU와 거래하는 영국 기업이 연간 총 2억1,500만개에 달하는 세관신고서를 추가 작성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딜’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어업 문제는 영국이 자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인정하되, 이를 5년 6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식으로 타결됐다. 해당 기간이 종료되면 양측은 매년 어업권 협상을 새로 진행한다.

10일 영국 남부 도버항에 입항하려는 화물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AFP 연합뉴스

10일 영국 남부 도버항에 입항하려는 화물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민, 유럽 들어가려면 준비 철저히 해야

굳이 나누자면 영국 국민이 제약을 보다 피부로 느낄 것 같다. 영국 BBC방송은 전환기간 종료 전 국민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여권 만기 확인 △여행자 보험 가입 △수의사 방문 △국제면허증 발급 등을 꼽았다. 전환기까지만 해도 영국인은 여권 만료에 관계 없이 유럽 국가를 자유롭게 여행했지만, 앞으로는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 다음달 1일부터 영국이 ‘제3 국가’로 분류되는 탓이다. 영국인들은 유럽에 들어가려면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있어야 한다. EU 회원국에서 90일 넘게 체류할 경우 비자도 필요하다. 또 유럽 건강보험증(EHIC) 제도에 따라 EU 안에서 치료를 받을 때 부여하던 공짜ㆍ보조금 혜택도 중단된다. 유럽 여행을 하고 싶으면 미리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라는 소리다.

운전면허 역시 그간 영국에서 딴 운전면허증으로 EU를 맘대로 오갈 수 있었으나 이제는 별도의 국제면허증(IDP)을 소지해야 한다. 반려견을 동반해 유럽을 여행하려 해도 최소 3개월 전 ‘애완동물 보건 증명서’ 제시 등의 제약이 따른다. 검역 절차 역시 비(非) EU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유럽 패스트트랙이 영국 여행객에게는 더 이상 개방되지 않는다”며 “입국 시 방문 목적 등을 훨씬 까다롭게 점검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영국에서 취득한 변호사나 회계사, 항공관제사 등의 전문자격도 더는 EU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영국-EU, 내년부터 뭐가 바뀌나. 그래픽=김문중 기자

영국-EU, 내년부터 뭐가 바뀌나. 그래픽=김문중 기자

한국은 英과 이미 FTA, 영향 미미

EU회원국 시민들 입장에선 특히 이민 문턱이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영국은 내년 1월 기술과 재능에 근거한 새 이민제도를 도입할 예정인데, 이 경우 미래가 불확실한 EU 인재들의 대규모 이탈이 점쳐진다. 영국이 이민자에 적대적이라는 이미지가 박히면 비숙련 EU 인력 의존도가 높았던 간병이나 건축 산업은 구인난에 허덕일 수 있다.

안보 분야에서도 유럽사법재판소(ECJ) 관할권이 종료되고, 영국의 유럽사법협력기구(유로저스트) 및 유럽경찰청(유로폴) 회원국 자격 역시 박탈된다. 다만 금융서비스 부문은 이번 협상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아 새해부터 주식, 파생상품 등 핵심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을 보인다. 이미 지난해 8월 우리 정부는 영국과 양자 FTA를 체결해 안전판을 마련해 뒀다. FTA에 따라 EU를 경유한 수출도 요건만 충족하면 3년간 한시적으로 ‘직접운송’으로 인정돼 특혜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영국이 1년 간의 과도기를 거쳐 내년부터 유럽연합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한다. 런던=AFP 연합뉴스

영국이 1년 간의 과도기를 거쳐 내년부터 유럽연합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한다. 런던=AFP 연합뉴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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