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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평생 꿈은 '사법 독립'... 정경심 판결에 與는 '사법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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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평생 꿈은 '사법 독립'... 정경심 판결에 與는 '사법 위협'

입력
2020.12.25 09:00
수정
2020.12.25 11: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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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법원 판결을 두고 2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여과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사법개혁’ 카드까지 흔들며 법원과 판사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분출했다. 정치권이 개별 판결에 이렇게 공공연한 압력을 가하는 것은 3권 분립을 흔드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 방향과 역행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소심 가면 바뀔 것" 노골적 압박

민주당 의원들은 항소심 재판부가 압력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하려 굳이 애쓰지 않았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검찰 주장에 손을 들어 준 1심 판결이 항소심이나 최종심에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인 홍익표 의원은 “재판부의 선입견이나 예단, 편견이 작용한 나쁜 판례”라며 “증거 재판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른 판결이기 때문에, 추가 재판 과정에서 사실이 입증될 것”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징역 1년이면 충분한 사안”이라며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형량까지 제시했다.

이번 판결을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사법개혁’과 연결 짓기도 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에 집중하느라 사법개혁을 못 했다”는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의 인터뷰 발언을 인용하고 "오늘 뼈저리게 실감한다"고 썼다. 사법부를 손 보겠다는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이다. 범여권인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정 교수 판결을 내린) 임정엽 판사의 편향성에 우려가 많았다. 검찰개혁뿐 아니라 언론, 사법개혁이 시급하다”고 했다. 입맛대로 판결하지 않는 사법부는 '개혁 대상'이라는 위험한 발상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결에 승복하지 않더라도, 국회의원이 판결 자체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행위는 권력분립과 법원의 독립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런 사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文 "사법 독립 평생 꿈꿨다"는데...

더구나 항소심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거나, 1심 판결을 비판하기 위해 비약적으로 ‘사법개혁’을 꺼내드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방향과 역행할 소지가 있다. 당정이 공약한 사법개혁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집중된 권한을 축소, 조정해 개별 재판부가 외부 압력 없이 양심에 비춰 재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즉 '사법부 독립'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 권력이 중앙집권적 법원행정처를 통해 개별 재판부에 영향을 미친 것에서 박근혜 정부의 '사법 농단'이 싹텄다는 진단에서 비롯했다.

2017년 9월 2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17년 9월 2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 대통령은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사법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법률가로서 평생을 꿈꿔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치개혁은 대통령, 정부, 국회가 감당할 몫인데,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과 독립 속에서 독자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사법개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지나친 정치 바람을 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제하자는 분위기는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정 교수가 받은 형량이 과해 보이는 건 분명하지만 유죄가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의원들이 많이 한다”며 “당 지도부가 말을 아끼는 것도 공정 이슈에 민감한 젊은층과 중도층 등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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