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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콘서트장이 열정 가득한 신예 음악인을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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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콘서트장이 열정 가득한 신예 음악인을 기다려요"

입력
2020.12.26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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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파리뮤직포럼 자양스테이션' 운영하는 박혜영 피아니스트

22일 서울 자양동 파리뮤직포럼 자양스테이션에서 만난 박혜영 대표는 "이 공연장을 클래식계의 '오프 브로드웨이(창의적인 작품이 올라가는 소극장)'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22일 서울 자양동 파리뮤직포럼 자양스테이션에서 만난 박혜영 대표는 "이 공연장을 클래식계의 '오프 브로드웨이(창의적인 작품이 올라가는 소극장)'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서울 광진구 자양로11길 주택가에는 클래식 공연장이 하나 있다. 주변에는 연립주택이 빼곡해서 도저히 공연장이 있을 만한 위치는 아니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파리뮤직포럼 자양스테이션'이라는 간판이 달린 대문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살롱 콘서트장이다. 아담한 무대를 통해 연주자와 객석 간 거리를 줄인 형태를 말한다. 지하 80㎡ 면적에 50개 객석이 있는 공연장은 박혜영(59)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에콜노르말 음악원 교수이자 피아니스트다.

22일 자양스테이션에서 만난 박 대표는 "이곳은 프로 연주자를 향해 달려가는 신예들을 위한 무대"라며 "무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훈련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양스테이션은 매월 '이달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월 4회 공연 기회를 준다. 젊은 연주자 육성이라는 목적에 맞게 대관료도 안 받고, 티켓 수익은 공연장과 반씩 나눈다. 박 대표는 "이달의 연주자를 선정할 때는 연주력도 보지만, 열정을 더 높게 평가한다"며 "무대에 서는 자세가 관객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공연장은 진작 만들어졌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달의 아티스트' 공연은 올해 9월부터 열렸다.


프랑스 친구들이 붙여준 박혜영 대표의 별명은 '마담 드뷔시'다. 박 대표가 좋아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이제 큰 무대 욕심은 없다"면서 "한 두 사람이라도 위로를 줄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프랑스 친구들이 붙여준 박혜영 대표의 별명은 '마담 드뷔시'다. 박 대표가 좋아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이제 큰 무대 욕심은 없다"면서 "한 두 사람이라도 위로를 줄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자양스테이션의 또 다른 철학은 '격식 없는 공연장'이다. 박 대표는 "연주자에게 늘 '실수해도 된다'고 말해주는데, 한 번의 연주로 모든 실력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공연장 무대에 섰을 때의 팽팽한 긴장감을 여기서부터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심심한데 영화나 볼까?' 하는 마음으로 오면 충분하다"면서 "여기서는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얼마든지 연주자에게 직접 감상평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객 피드백은 연주자에게 음악을 하는 이유와 위로가 되는데, 대형 공연장에서는 소통이 쉽지 않다.

자양스테이션의 모태는 파리에 있다. 박 대표가 2009년 설립한 비영리 연주자협회 '파리뮤직포럼'이다. 프랑스를 거점으로 유럽에 있는 유학생들에게 연주 기회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파리에 있는 박 대표의 자택 거실에서 살롱 콘서트도 열었다. 음악인뿐만 아니라 무용이나 그림, 영화, 철학 등 다방면의 예술인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냈던 복합 문화 살롱이었다. 박 대표는 "서울에 만든 자양스테이션은 파리뮤직포럼의 정신을 계승한 공연장"이라며 "젊은 연주자들과 다양한 문화계 인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대표는 "내년 4월부터는 '라보엠' '사랑의 묘약' 등 작품을 살롱 오페라 형태로 무대에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박 대표는 "내년 4월부터는 '라보엠' '사랑의 묘약' 등 작품을 살롱 오페라 형태로 무대에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왕나경 인턴기자


파리의 유서 깊은 음악원의 종신직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던 박 대표는 2018년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휴가를 내고 한국에 들어왔다. 원래 여름에 파리로 돌아가 강의를 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본의 아니게 발이 묶였다. 이제는 아예 한국에 눌러 앉을까 생각도 한다.

"문득 인생 2막을 한국에서 보내야겠다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받은 혜택이 많거든요. 자양스테이션이라는 장학사업을 통해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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