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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진 것도 못지키는 허태정 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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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진 것도 못지키는 허태정 대전시장

입력
2020.12.24 18:00
수정
2020.12.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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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탈대전 저지 무기력
정무기능 미약 등 리더십 빈틈도 드러나
방위사업청 등 외청 유치 실력 입증 기대

허태정 대전시장이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대전에 위치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이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대전에 위치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3년 전 허태정 유성구청장의 대전시장 도전은 당찼다. 남다른 지혜와 돌파력으로 결국 민선7기 시장의 꿈을 이뤘다. 전임 시장은 지리한 재판 끝에 단죄를 받아 중도하차했다. 시장 권한대행체제까지 겹치면서 대전의 침체는 심화했다. 때문에 지향점으로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를 내건 ‘신진기예 허태정’에 건 기대는 남달랐다. 지방의회도 지역구 국회의원도 죄다 같은 여당 차지이기에 더욱 그랬다. 이런 그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대전을 떠나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를 대전으로 유치하기는커녕 그나마 있는 부처를 지키지도 못하는 비운을 맞았다. 더 안타까운 일은 이런 엄중한 국면에서 세간에 그의 허약한 리더십까지 오르내리는 것이다.

▦허 시장의 중기부 대전 사수 전략은 첫 단추부터 밋밋했다. 균형발전 위배 주장 등 반대론은 줄곧 점잖았다. 그는 여당 대표의 대전시민 의견 존중이란 발언을 임의로 확대 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이낙연 대표의 레토릭 찬란한 한 마디를 접한 뒤 홀로 들떴다. 중기부 이전이 마치 당 차원에서 저지될 것으로 본 듯 했다. 허 시장은 중기부 대전 잔류를 시사하며 언론을 통해 대시민 감사까지 앞서갔다. 선출직 단체장 답지않게 경솔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지역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들과 함께 세종시로 달려갔다.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중기부 이전 반대를 외쳤다. 허 시장은 같은 당 대전 출신 국회의원들과 어울려 자신들의 정권을 향해 주먹질을 해대며 무조건 반대를 반복했다. 그저 단편적이고 구태를 못벗어난 대응 그 뿐이었다. 반대 시늉내기만 하느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허 시장 진영 내부도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당장 자신이 거느린 거대한 공무원 조직부터 능동적인 대응은 미약했다. 대전시 일부 공무원들은 중기부와 관련한 사업이 적지않은데 어쩌냐며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이전 반대 국민청원도 용두사미로 그쳤다. 허 시장은 공조직의 힘도, 나아가 시민의 힘도 효율적으로 결집하지 못했다. 자치단체에선 생소한 정무수석이란 자리까지 위인설관하고, 엄청난 정무기능이 작동하는 것처럼 했지만, 무기력했다는 비판이 대세다. 별의별 보좌관이니, 협력관이니 하며 유난히 많은 어공을 참모로 거느린 허 시장이다. 하지만 중기부 탈대전이란 절대명제 앞에서 결국 그 역량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런데 중기부 이전이 기정사실화한 싯점에서도 걱정은 이어진다. 그 댓가로 대전정부청사에 외청을 이주시킨다는 총리의 솔깃한 제안 때문이다. 기상청의 대전 이전 검토는 벌써부터 노골적이다. 총리가 점잖게 대전시민을 걱정하며 들춰내고, 허 시장은 무슨 공과를 내세우듯이 이를 접수할 태세이다. 헌데 이게 알고보면 대전시민에겐 씁쓸하다. 기상청은 예전부터 대전 이전을 추진했다. 지난해 대전 동구에 이전터를 물색했고, 관련 예산 수립까지 나섰다. 올해 대전이 혁신도시로 추가되면서 기상청의 대전행은 유력하다고 이미 대전시 고위 공무원이 밝히기도 했다. 이제와서 중기부 탈대전 댓가와 연계해 눙치려는 건 ‘눈가리고 아옹’이다. 아니 150만 대전시민에게는 무례한 수작으로 읽힌다.. 그나마 있는 부처까지 잃어버리는 유례없는 참사 앞에서 허 시장은 그저 순응하며 ‘무한책임’이라는 립서비스로 그쳐서는 안된다. 이참에 거론되는 경찰청이나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이 실현되도록 결기를 갖고 도전,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대전은 박병석 국회의장도, 5선의 이상민 의원도, 정권의 실세를 자임하는 박범계 의원도 있다. 여권의 정치적 뒷배는 그 어느 시절보다 차고 넘친다. 허 시장의 의지와 용기를 기대한다.

최정복 대전본부장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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