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기존 안 대신 수정안 통과
교육의 심의서 주요 내용 대폭 손질
시민단체 ‘인권제한 조례’ 전락 지적
찬반 갈등 속에 수개월간 표류하던 제주학생인권조례가 대폭 수정된 채 가까스로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그동안 조례 제정을 촉구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수정된 조례안은 오히려 학생들의 인권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23일 열린 본회의에서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조례에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폭력과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양심·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자치와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소수 학생의 권리 △인권교육 및 인권실천계획 등에 관한 사항 △학생인권상담 및 인권침해의 구제에 관한 사항 등을 명시하고 있다.
앞서 교육위원회는 지난 18일 고은실 도의원(정의당·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은 본회의에 올리지 않고, 위원회가 제시안 수정안으로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교육위는 “학생들의 조례 제정 청원에 대해 도내 교사 2,000여명이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며 “찬반 양측과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한 사항을 바탕으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사항들을 삭제하고 수정함으로써 조례 제정 이후 학교 현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지난 3월 도내 고교생 531명을 포함해 1,002명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달라며 도의회에 청원 서명부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지난 7월 고은실 도의원이 기존 조례안를 대표발의했고, 22명의 도의원이 이에 동참했다.
하지만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기존 조례안이 인권 보장이라는 이유로 학생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어, 이는 결국 교권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조례 제정에 강력 반발하면서 찬반 갈등이 이어져왔다. 결국 찬반 양쪽의 눈치만 보면서 조례안 처리를 미루던 교육위원회는 기존 조례안을 폐기하고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조례안에는 기존 조례안에 담겼던 포괄적 차별 금지 조항들이 대폭 축소된 것을 비롯해 학생들의 외부 활동과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 인권옹호관 조항 등이 삭제됐다.
이 때문에 고교생들로 구성된 제주학생인권조례TF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는 “통과된 조례 내용을 뜯어보면 기존 학생인권조례가 지니는 의의와 가치에서 한참 벗어나 ‘인권제한조례’로 전락했다”며 “교육의원들의 왜곡된 인권인식 민낯을 확인했고, 앞으로 강력하게 조례개정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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