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국방수권법 거부권 행사
2500조 연방예산도 무효화 가능성 남아
사면권 행사로 2024 대선 도전 길 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퇴임 전 ‘몽니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국방예산에 거부권을 행사하는가 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경기부양책이 담긴 예산안도 무효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연방정부 폐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문제 있는 측근들을 이틀 연속 사면해 대통령 권한 남용 지적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 휴가 출발 직전 7,405억달러(약 810조원) 규모의 국방예산이 포함된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NDAA에는 미국의 일반 국방예산뿐만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태평양억지구상(PDI) 예산, 주한미군 2만8,500명 미만 감축 제한 조항 등이 담겨 있다. 지난 8일 미 하원, 사흘 뒤 상원에서 압도적 표 차로 가결된 안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조치에서 미국우선주의라는 우리 행정부의 노력에 반한다”며 “이 법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법은 아프가니스탄, 독일,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시킬 수 있는 대통령 능력 제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의회가 이를 무효화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상ㆍ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법은 다시 효력을 갖는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찬성하는 의원이 많아 28일 하원, 29일 상원 등 다시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또 21일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안 포함 2조3,000억달러(2,540조원) 규모 연방정부 예산에도 거부권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경기부양안에서 미국인에게 지급하는 1인당 600달러(66만원)가 너무 적다며 2,000달러(220만원) 규모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한 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NDAA처럼 의회 재의결로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포켓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복잡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전망했다. 대통령이 일요일을 제외한 열흘 내에 법안에 서명을 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포켓’에 가만 둘 경우 의회가 휴회 중이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문제는 내년 1월 3일 현 의회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예산안이 효력을 잃는다는 점이다. 연방정부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플로리다 휴가지 도착 직후 ‘비선 참모’로 불리는 로저 스톤,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부친인 부동산업자 찰스 쿠슈너 등 26명의 사면을 깜짝 발표했다. 전날에는 ‘러시아 스캔들’ 관련자 등 20명을 사면 및 감형했다. 내년 1월 20일 퇴임 직전 본인까지 사면해 2024년 대선 출마 길을 원활하게 열어둘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헌법상 대통령의 사면권은 광범위하고 어떤 정부 기관의 승인도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도 “일부 법학자들은 뇌물을 받거나 정의를 가로막기 위한 사면권 사용은 부패이고,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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