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성탄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탄절이 예수가 탄생한 날이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탄절과 관련된 이미지 중 성모마리아가 아기예수와 함께 있고 주위에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그림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비록 성서에 예수가 태어난 정확한 날짜는 나와 있지는 않지만 그 이외의 상황은 나름대로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되면 그 사람들 중에 양치기들을 발견하게 될 텐데 그들이 바로 예수가 탄생했을 때 처음으로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양치기라고 하면 보통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그림 같은 푸른 초원 위에 하얀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언덕 위 나무그늘에서 여유롭게 양들을 지켜보는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2천년 전 이스라엘의 양치기는 한가롭거나 여유로운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사막 기후로 시냇물이나 그림 같은 푸른 초원은 거의 없을뿐더러 낮에는 덥고 밤에는 무척 춥습니다. 그런데 양치기들은 야생동물로부터 양들을 지켜야 했기에 매일 밤 잠도 자지 못하고 이런 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밤낮으로 고단한 노동을 해야 했기에 입에 겨우 풀칠할 정도만 되어도 양치기가 되려고 하지 않았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가진 기술이나 재능도 없는 사람들이 양치기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양을 지키기 위해 고용되었지만 늑대 등 야생동물로부터 본인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양이 희생당한다 해도 주인이 책임을 묻지 않았기에 양이 습격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빼돌리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양치기들은 가난한데다 정직하지도 않은 사람들로 취급받았습니다.
소외받는 사람들이 늘 정의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불의를 저지릅니다. 하지만 가진 사람들이 불의를 저지를 때는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이고, 소외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존을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여러 가지 이유들로 그들은 사회에서 가장 천대받고 소외받는 계층의 사람들이었고 어떤 자리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직업과 신분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이런 양치기들이 예수탄생에 첫 손님으로 초대받은 것입니다. 이것은 성탄의 의미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예수는 태어나자마자 가장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했고 또한 그들과 함께 탄생의 기쁨을 나누기를 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탄절은 공휴일이기도 하고 연말연시와 가까워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조금은 들뜬 분위기에서 보내게 됩니다. 성탄절을 즐기면서 보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그 기쁨을 나눌까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특히나 올해는 '코로나'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상황이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추운 겨울입니다. 가족,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내 주위에 초대받지 못한 양치기들은 없는지 둘러보고 일년에 단 한 번뿐일지라도 그들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성탄,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