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배우' 황정민도 안 통했다. 그가 8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로 큰 기대를 모은 JTBC '허쉬'가 2%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자 세계를 다루는 드라마는 잘 안 된다는 통설이 또 한번 확인된 것. 월급쟁이 기자들의 오피스물을 표방한 '허쉬'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냉혹한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드라마는 대본빨... "누가 기자 드라마를 보나"
'허쉬'는 기자가 직접 쓴 기자 이야기를 다룬다. 일간지 기자로 11년 일한 정진영 작가의 소설 '침묵주의보'가 원작이다. 덕분에 '허쉬'는 그 동안의 기자 드라마들에 비해 현실감 있는 묘사를 펼쳐놓는다. 문제는 그것이 곧 공감을 사거나 재미를 유발하진 않는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기자 드라마라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애초부터 진입장벽이 된다. 기자 직업군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탓이다. 이를 우려한 듯 제작진 측은 이른바 '월급쟁이 기자의 밥벌이 라이프'에 방점을 찍었다. '허쉬'를 연출하는 최규식 PD는 지난 10일 제작발표회에서 "사건이나 무거운 소재 중심의 기자 드라마가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선지 '허쉬' 속 기자들은 기존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다. 선 아니면 악, 정의를 부르짖는 지사형이거나 권력과 유착한 모습 등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던 것과는 달리 생계형 기자들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기자라고 부르지만, 여기는 그냥 회사다" "펜은 칼보다 강하지만, 밥은 펜보다 강하다"고 외친다. 물론 그랬던 이들도 어떤 사건으로 각성하고 결국 '기자'로 거듭나는 전개가 점쳐진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대중은 이미 언론계가 기자정신과 자정능력을 잃은 회복 불가한 상태로 판단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허쉬'가 하려는 이야기는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가짜라고 느껴질뿐이다"고 말했다. 이런 설정 자체가 설득력을 잃은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너무 뻔해 재미없다"... 공감·몰입 방해하는 연출
남은 건 연출과 배우의 연기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에 설득력을 부여해야할 연출은 이미 길을 잃었다. 느리고 뻔한 전개와 캐릭터, 진부한 소재와 대사 등으로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정도다. 매회 밥, 곰탕, 육개장 등 소제목을 두고, 그 음식을 서사와 연결하는 것도 다소 억지스럽다는 반응이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남발되면서 연출의 섬세함도 떨어진다. 안정적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황정민의 연기도 아쉬움을 남긴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의외의 인물이 없고, 모두가 예측대로 움직이는 전개가 드라마 몰입을 방해한다"며 "반전의 재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공 평론가는 "사회 문제를 건드리기 보다는 좀더 기자 자신의 문제로 들어오면 오히려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새로운 캐릭터가 아무도 없고, 인물이 정형화돼 재미를 느낄 수 없다"며 "구성과 연출이 그 틈새를 메우지 못하고 풀어가다 보니 너무 뻔한 드라마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사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해 그 안에서의 고뇌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
아직 절반도 오지 않은 '허쉬'가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채널 개국 이후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운 OC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두 자릿 수 시청률의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와 경쟁하는 건 불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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