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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피가 물보다 싼가"...트럼프 사면에 충격받은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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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피가 물보다 싼가"...트럼프 사면에 충격받은 이라크

입력
2020.12.2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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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민간인 17명 살해 경호원 4명 사면?
"고통 되살아나"... 이라크 사회 분노 재점화?
유엔 "비슷한 범죄자 대담하게 만들 것"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사면한 전직 군인 4인. 200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민간인들을 총격으로 숨지게 해 종신형을 받은 이들이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사면한 전직 군인 4인. 200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민간인들을 총격으로 숨지게 해 종신형을 받은 이들이다. A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사면의 관심은 단연 2016년 대선 조작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측근들에 쏠렸다. 하지만 사면 대상에 포함된 사설 경호업체 직원 4명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이들은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17명이나 살해한 강력 범죄자들이다. 당연히 이라크 사회는 분노로 들끓었고, 유엔 등 국제사회도 트럼프 대통령의 도 넘은 사면권 남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면 15인 명단에 오른 4명은 민간 경호업체 블랙워터 소속이던 2007년 9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어린이 2명을 포함, 17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전직 군인 출신인 이들은 당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니수르광장에서 미 대사관 차량을 호송하던 중 민간인들을 총으로 쏴 살해했고, 이후 기소됐다. 백악관은 “대중의 폭넓은 지지”와 “참전용사로서 국가에 헌신한 공로”를 이유로 경호원들을 사면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최근 공개한 “당시 사건을 수사한 이라크 책임자가 반군단체와 연관됐을지 모른다”는 의혹도 정상 참작의 이유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반기는 여론은 별로 없다. 당장 이라크에서는 사면을 비판하는 격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다리에 총알이 박힌 채 살아가고 있는 한 사건 피해자는 23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법 집행은) 연극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총격으로 아홉 살 아들을 잃은 아버지도 영국 BBC방송에 “사면 결정으로 인생이 다시 한 번 망가졌다”고 개탄했다.

이라크 정부도 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무스타파 알 카디미 이라크 총리는 “우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논의하는 첫 번째 사안이 될 것”이라며 내달 출범하는 차기 미 행정부에 이번 사면 건을 문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라크 외무부 역시 성명을 통해 “(사면은) 미 행정부가 인권과 정의, 법치주의 가치에 대한 헌신을 천명한 것과 모순되는 조치”라며 재고를 촉구했다.

미 시민사회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히나 샴시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국가안보 프로젝트 책임자는 “트럼프가 이라크 희생자들을 모욕했다”며 부적절한 사면을 맹비난했다. 불합리한 미국 사법체계를 성토하는 의견도 많다. 이라크 변호사인 타리크 하브는 “사실 경호업체 직원들은 이라크인을 죽여서가 아니라 미국의 교전규칙을 위반해 처벌 받았다”면서 법 집행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알리 알 바야티 이라크 인권위원회 위원도 “피고도, 법도, 대통령도 ‘미국 것’이라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전쟁범죄 처벌에 소극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이번 사면으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오판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마르타 우르타도 대변인은 “미국은 심각한 인권침해와 국제 범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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