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 타는 산타, 유리상자에 갖힌 산타...
팬데믹 속 산타가 전하는 비대면 성탄인사
원격 공연·드라이브 스루로도 소통
홀연히 나타나 팔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주고 떠나는 산타클로스, 팬데믹 속에서 맞이하는 성탄절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산타의 모습을 상상했으리라. 실제로 지난 16일 미국 코네티컷주 맨체스터 메모리얼 병원에선 산타클로스가 의료진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하지만 이는 의사가 산타 복장을 입고 연출한 장면일 뿐, 대다수 지구촌 사람들에게 이런 산타는 나타나지 않았다.
산타의 백신 선물은 고사하고, 밝은 웃음과 따뜻한 인사로 위로를 전하는 '가짜' 산타마저 이번 성탄절엔 보기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면' 자체가 제약을 받다 보니 거리든, 요양시설이든, 쇼핑몰이든 '메리 크리스마스'를 건네는 산타가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다양한 비대면 방식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위로가 돼 주는 '열혈 산타'들의 모습을 외신을 통해서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지난 21일 영국 리즈의 한 어린이병원 앞에 고가 사다리차가 나타났다. 환자와 가족, 병원 직원들의 전염을 막기 위해 병동 출입이 금지된 가운데, 어린 환자들이 안전한 방법으로 산타를 만날 수 있도록 사다리차를 동원한 것이다. '공중 작전'에 투입된 산타 할아버지는 사다리차를 탄 채 병원 창밖에서 안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성탄 인사를 건넸다.
같은 날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의 소아과 병원에서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남성이 지붕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입원 중인 아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깜짝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는 산타 복장을 한 프랑스 테너 가수 스테판 세네샬이 풍선으로 장식된 아파트 창문을 무대 삼아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는 '재택 산타 공연'을 벌였다. 그의 공연은 야간 통행금지로 을씨년스러운 파리의 밤거리를 잠시나마 포근하게 밝히고도 남았다.
해마다 연말이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은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산타 복장을 한 직원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곤 했다. 산타클로스에 안겨 기념 촬영을 하거나 작은 사탕을 받아들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맘때 흔했다. 그러나 올해 성탄절은 사실상 산타 없는 ‘블랙 크리스마스’에 가깝다. 그나마 매장 야외 주차장에서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거나 유리볼 또는 유리상자 속에 있는 산타 할아버지를 바라볼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 밖에도 간이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앞에 서서 성탄 메시지를 녹화하는 '원격 산타'가 등장하는가 하면, 대형 수족관 안에서 루돌프의 썰매 대신 대형 가오리를 타고 헤엄치는 '인어 산타'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적재함을 아예 유리 상자로 개조한 트럭을 타고 마을을 순회하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출장 산타'도 있다. 그 어떤 '대면 불가'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열혈 산타'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혼란과 슬픔에 빠진 세계인들에게 밝은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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