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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고작 60만원, 쪽팔려" 트럼프에 환호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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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고작 60만원, 쪽팔려" 트럼프에 환호한 민주당

입력
2020.12.24 07:56
수정
2020.12.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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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원금 220만원으로 늘리자" 주장에
"트럼프가 마침내 우리 편"이라며 공화당 압박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코로나19 구제 법안에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코로나19 구제 법안에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경기부양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하자 야당인 민주당이 오히려 환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 이유 중 하나로 내건 "직접 지원금(direct payment)을 인당 600달러(약 66만원)에서 2,000달러(220만원)로 올리자"는 주장 때문이다.

여기서 직접 지원금은 우리나라로 치면 '긴급재난지원금'에 해당하는 일시불 구제지원금이다. 이를 더 많이 지급하자는 데 대통령과 야당이 힘을 합치고 여당이 황당해 하는 상상하기 힘든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민주당 "트럼프가 우리 편이다"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0일 정부 및 공화당과 합의된 코로나19 구제를 위한 경기부양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0일 정부 및 공화당과 합의된 코로나19 구제를 위한 경기부양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의회에서 통과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코로나19 구제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구제법안이 "정말 창피하다"면서 "인당 600달러에 불과한 직접 지원금을 인당 2,000달러까지 올리자"고 주장했다. 현재 통과된 구제법안은 지난해 기준 연소득 7만5,000달러(8,3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미국인에게 인당 600달러씩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이 공개되자마자 민주당은 일제히 "대찬성"이라고 맞받았다. 하원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공화당이 직접 지원금 규모를 늘리는 것을 계속 거부했는데, 드디어 대통령이 우리에게 동조한다"면서 "민주당은 당장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23일에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둘러 공화당을 압박해 동의를 이끌어내 달라. 24일 정오면 할 수 있다"고 재촉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좌파 블록을 대변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은 기다렸다는 듯 이미 통과된 법안에 지원금만 늘리도록 수정하는 새 법안을 공개했다. 상원 민주당을 이끄는 척 슈머 원내대표는 23일 "일단 대통령이 현재 법안에 서명하고, 바로 (민주당 법안으로) 정정하자"고 해법을 제시했다.



"트럼프, 공화당 주류에 복수하나"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3일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3일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경기부양책이 의회에서 논의되던 기간에 미국인들 사이에서 '지원금 600달러'는 너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이 지난 3월 경기부양책(CARES Act)을 통해 지급한 1,200달러에 비하면 절반에 그치는데다 다른 지원금 항목들도 전반적으로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런 불만은 동시에 통과된 다른 예산을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에서 "캄보디아, 이집트 등 해외에 쓰이는 많은 돈을 없애고 우리 국민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이번에 통과된 법안들에 대한 민주당 좌파 지지자들의 불만 사항과 일치한다.

공화당 주류는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코로나 경기부양에서 지원금의 비중을 축소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대통령이 정반대 이야기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편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막판 이례적인 행보에 혼란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 부정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공화당에 복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패한 이후 줄곧 선거 부정을 주장해 왔으나 공화당 의원들은 대체로 그의 주장을 외면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주당 지지자들 일부는 "600달러보다 2,000달러가 많은 것은 분명하지 않냐" "트럼프 당신이 해낸다면 남은 임기 한 달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 모자를 쓰겠다"며 환영하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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