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실화 혐의는 인정,?
화재 책임 모두 지우는 건 가혹”
![[저작권 한국일보] 고양 송유관저유소 화재 당시 모습.](https://newsimg.hankookilbo.com/cms/articlerelease/2020/12/23/671b3beb-94d8-4a85-a730-8a9bb544728e.jpg)
[저작권 한국일보] 고양 송유관저유소 화재 당시 모습.
2018년 호기심에 풍등을 날려 저유소에 불을 낸 혐의(실화)로 재판에 넘겨진 외국인 근로자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화재 발생 위험성을 간과한 피고인의 실화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그에게 화재의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5단독 손호영 판사는 23일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풍등을 날린 행위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환경적 피해가 발생했다”라며 “ 피고인은 풍등을 날릴 당시 화재에 취약한 저유소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의 주의 의무 위반 정도, 피해 규모, 피해 회사(대한송유관공사)의 과실 정도,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단순히 호기심에 풍등을 날렸을 뿐인데, 바람 등 예상치 못한 악재로 거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에게 책임을 모두 지우는 것은 무척 가혹해 그 처벌의 정도를 양형에서 참작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2018년 10월 7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인근 터널 공사현장에서 주운 풍등에 불을 붙여 날렸다. 그가 날린 풍등은 바람을 타고 저유소 안에 떨어졌고 불씨가 건초에 옮겨 붙으면서 저유탱크에서 흘러나온 유증기를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 가 폭발했다. 당시 화재로 저유탱크 4기와 휘발유 등 약 11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앞서 경찰은 A씨를 대형 화재를 내게 했다며 ‘중실화’ 혐의로 사건을 검찰로 넘겼으나, 검찰은 ‘증거가 없다’고 판단, 실화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했다.
중실화는 화재를 손쉽게 예상할 수 있는 데도 실수로 불을 낸 경우를 말한다. 형법상 중실화는 3년 이하 금고형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실화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적용돼 중실화보다 가볍다.
이날 A씨의 변론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화재 발생의 책임을 당사자(피고인)에게 모두 물을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각 200만원~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안전관리자들에 비해 3∼5배에 달하는 무거운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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