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자유로 공사때 무분별한 개발로 습지화
사미섬 육지화·토사 적체로 인근 어장 황폐
한강 하구에서 조업하는 경기 고양시 어민들이 무분별한 골재 채취로 조업 환경이 악화됐다며 정부에 생태계 복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1990년대 일산 신도시와 자유로 건설 때 한강 사미섬(현재의 장항습지)에서 모래와 골재 등을 퍼온 뒤 원상 복구를 하지 않아, 이후 강바닥에 펄(썰물 때 물밖으로 드러나는 점토질)이 쌓여 생태계가 파괴됐다는 주장이다.
23일 고양시 행주어촌계에 따르면, 어촌계 소속 어민들은 최근 한강유역환경청에 ‘행주어민 상생 요구서’를 냈다. 행주어촌계에서는 한강 하구에서 조업을 하는 어민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행주어촌계는 요구서에서 “1980년말부터 90년대 초 사이 사미섬에서 골재와 모래를 채취했는데, 이때 육지와 섬을 잇는 7개(약 200m) 자갈길을 만들어 골재 운반용 덤프트럭이 다녔다”며 “이후 자갈길을 그대로 두면서 물길이 막혀 토사가 두텁게 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미섬은 연이은 인근 지역 개발로 점차 사라졌고, 30여년간 퇴적과 침식이 반복되면서 현재는 육지로 변한 상태다.
어민들은 사미섬 일대가 개발로 인해 수심이 얕아져 한강 하구 어장이 황폐화되는 등 후유증이 크다고 주장했다. 심화식 한강살리기어민 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사미섬은 육지와 맞닿아 습지가 되면서 사라졌다"며 "그 일대에서 유속이 현저히 느려지거나 역류하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이제는 한강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민들은 △사미섬 일대에 자연적인 샛강(큰 강의 줄기로 나중에 다시 큰 강에 합류하는 강)을 복원하고 △강바닥의 토사를 제거하는 것을 생태계 회복을 위한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어민들의 요구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한강하구 생태계와 장흥습지 보존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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