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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생활고' 밥 굶는 일본 대학생들..."1일 1식 익숙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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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생활고' 밥 굶는 일본 대학생들..."1일 1식 익숙해졌어요"

입력
2020.12.23 17:45
수정
2020.12.24 13:07
0 0

가와사키시, 생활고 대학생에 1주일분 먹거리 제공
"부모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다...차라리 밥 굶는 게"
"막다른 골목에 놓인 대학생, 이제 다수의 문제"

일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 지역 교차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 지역 교차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일본 대학생들의 생활도 암울하게 변화시켰다. 코로나로 인해 식당이나 상점 등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지는 가운데 아르바이트가 끊겨 생활고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일본 HNK방송이 23일 보도했다. 심지어 식비를 아끼기 위해 아예 밥을 굶거나 하루에 한 끼만 해결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NHK에 따르면 가나가와현의 가와사키시(市)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펴고 있다. 이곳의 사회복지협의회에선 학생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생활고가 심한 학생들에게는 지역사회 복지법인, 기업 등으로부터 나온 아르바이트 정보를 소개하는 상담도 해주고 있다.

이곳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건 여러개의 커다란 가방이다. 끼니를 못 챙기는 학생들을 위해 쌀과 인스턴트 식품, 음료 등 일주일분의 음식이 담겨 있다. 가방 내용물과는 별도로 빵과 통조림 등 좋아하는 것을 골라 갈 수도 했다. 19일 이곳에는 대학생과 유학생 등 75명이 다녀갔다.

"생활비가 없어 식비 줄여...아예 안 먹는 날도"

일본 가와사키시(市) 사회복지협의회가 대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일주일분의 먹거리가 든 가방. NHK홈페이지 캡처

일본 가와사키시(市) 사회복지협의회가 대학생들에게 지원하는 일주일분의 먹거리가 든 가방. NHK홈페이지 캡처

이곳을 방문한 여학생 A씨는 먹거리가 든 가방을 들고 한 켠에 마련된 상담 코너를 찾았다. 음대 3학년에 재학중인 이 학생은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장학금을 받으며 우동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3월부터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집세와 공과금은 장학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부모로부터 매달 3~4만엔(약 32~42만원) 송금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에 4, 5일 하던 아르바이트가 없어지면서 생활이 안 되고 있다고.

그러면서 그는 "지출을 하지 않기 위해 식비를 줄이고 있다"며 "'1일 1식' 하는 날이 많고 전혀 먹지 못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더이상 손을 벌리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도저히 돈을 더 보내달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음대 학비가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자격증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찾아 학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끼니 해결 못해 1년에 5㎏ 빠져"

일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 16일 도쿄도(東京都)의 한 카페에서 마스크를 쓴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 16일 도쿄도(東京都)의 한 카페에서 마스크를 쓴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대학교 2학년인 남학생 2명은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 위해 상담 코너를 방문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두 학생은 부모님과 떨어져 모두 자취를 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에 의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남학생 B씨는 "식사는 대체로 1일 1식한다"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다"고 말했다. 체중도 작년에 비해 5㎏ 빠졌다.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과 아르바이트마저 끊겨 집에만 머무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남학생 C씨는 "이과라서 학비가 높은 편"이라며 "아르바이트도 끊겨 계속 집에 틀어 박혀있는 상황이라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가와사키시 사회복지협의회는 앞으로도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히라바야시 히데토시 가와사키시 사회복지협의회 주임은 "10월 이후 대학 관계자로부터 생활에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연말연시 지원 활동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실제로 고향도 못가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있어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생활고 시달리는 학생, 보통의 일 돼가고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야마나시현의 민간 비영리단체인 '푸드 뱅크 야마나시'는 10~11월 식량을 지원받은 학생(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자취하는 학생의 경우 부모로부터 송금 받는 학생은 43%, 송금 받지 않는 학생은 57%로 나타났다. 송금을 받는 학생은 코로나19로 인해 금액이 줄어든 경우가 69%로 높았다.

식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1회 식사량을 줄이고 있다는 응답자는 24%, 인스턴트 식품이 늘었다는 답변도 24%였다. 1일 식사 횟수를 줄인다는 응답자도 17%로 나왔다.

코로나19가 부모 소득에 영향을 미치면서 학생들도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오우 히로카즈 주쿄대 교수는 "등록금은 오르고 있지만 부모 소득이 감소하면서 학생들의 생활비도 계속 줄고 있다"며 "이로 인해 아르바이트가 없으면 대학 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학생들은 이제 소수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궁핍함이 어떻게 보면 보통의 일이 돼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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