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1차 재난지원금 정책 효과 분석
재난지원금 매출 증대 효과 26~36%? 불과
대면 서비스업은 효과 미미…"선별· 직접 지원 바람직"
지난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14조 2,000억원 규모의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증진 효과가 4조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은 4인 가구 기준으로 30만원 가량 소비를 늘리는 데 그친 셈이다.
소멸성인 재난지원금이 모두 사용됐는데도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했던 것은,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이 원래 하려던 지출을 반대급부로 줄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재난지원금으로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식당이나 학원 등 대면서비스 업종에서 쓰기보다는 옷을 사거나 마트를 이용하는 데 사용했다. 전 가구 소득을 보전하는 방식 보다는 피해업종에 대한 정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난지원금 소비효과 30% 불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3일 공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지급된 재난지원금 효과로 신용ㆍ체크카드 매출액 4조원이 늘어났다.
KDI는 중앙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 14조2,000억원에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까지 더하면 최대 19조9,000억원이 시장에 풀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 현금이나 상품권, 선불카드 등을 제외한 신용ㆍ체크카드 포인트는 11조1,000억~15조3,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카드 매출액이 4조원 늘어났다는 것은 카드 포인트 형태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약 26.2~36.1%만 추가 소비로 이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KDI는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나머지 70%는 채무 상환이나 저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봤다. 카드 포인트 형태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우선 사용하고, 재난지원금이 없었다면 소비했을 돈은 절반 이상 저축했다는 것이다.
소비 진작 효과를 시기별로 따져 보면 지원금이 지급된 직후에만 그 효과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직후 4주간(5월 둘째 주~6월 첫째 주)은 매출이 4조4,900억원(주당 1조1,200억원) 증가한 반면, 8월 들어서는 첫째 주 매출이 2,000억원, 둘째 주 매출이 6,900억원 감소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가계가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에 소비를 크게 늘리는 과정에서, 미래(8월 초)에 예정된 소비를 미리 당겨서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식당 등 대면 서비스 업종은 재난지원금 덕 못 봐..."직접 지원 필요"
재난지원금 효과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이 컸던 대면 서비스업종보다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던 업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KDI 분석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금을 통해 가구점이나 서점, 옷가게, 안경점 등 준내구재 업종의 매출액이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에 비해 10.8%포인트가량 늘어났다.
마트나 편의점 등 필수재의 소비도 8.0%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학원이나 목욕탕 등 대면서비스업종의 매출은 3.6%포인트, 식당이나 카페 등 음식업은 3.0%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감염병 확산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대면 소비를 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KDI는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피해 업종에 골고루 미치지 못하는 점을 들어 '직접적인 선별' 지원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감염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대면서비스업에 대한 소비 활성화 정책은 방역정책과 상충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전 국민 소득지원만으로는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 보전에 한계가 있는 만큼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 소득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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