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변종 코로나 출현에 "백신, 美에 의존 말라"
백신 부족 유럽 공략, 中 '싸구려' 이미지 탈피
美와 충돌할 때마다 유럽을 中 돌파구로 활용
인권 등 감안, "정치·이념 배제" 우회 홍보 그쳐
“미국에 과도하게 기대하지 말라, 미국은 백신의 희망이 아니다”
중국이 유럽을 향해 애타게 손짓하고 있다. 미국만 믿다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고 꼬드기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중국산 백신을 사달라”며 대놓고 구애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만 바라보는 유럽의 시선이 중국에 꽂히길 기대하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23일 변종 코로나19 출현으로 외부와 차단돼 고립된 영국을 향해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 서구 우방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 이들 국가는 한번도 뭉친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독일 회사가 참여하는 화이자 백신도 공급 주도권은 워싱턴이 쥐고 있다”면서 “유럽이 미국 백신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돼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유독 유럽 상황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 서구에 비해 ‘싸구려’ 이미지인 중국산 백신의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서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개도국을 중심으로 수억 회 접종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수출한들 서구를 공략하지 못하면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세르비아, 헝가리 등 동유럽 일부 국가와 코로나 백신 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서유럽은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그렇다고 국내 접종으로 백신 물량을 소화하는 건 중국의 성에 차지 않는 일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방역의 우월성을 과시한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 백신 수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전방위로 충돌하면서 유럽을 돌파구로 활용해왔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해 3월 첫 해외순방지로 택한 곳도, 올해 8월 코로나 국면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처음 해외로 나간 곳도 모두 유럽이었다. 중국은 유럽연합(EU)과 7년을 끌어온 상호투자협정(BIT)에 원칙적으로 합의한데 이어 연내 체결하는 선물도 안길 참이다. 추이홍젠(崔洪建)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오만하고 일방적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EU와 경제 협력을 통해 양측의 발전을 촉진하고 세계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처럼 미국과 차별화를 통해 유럽에 접근하고 있지만 노골적인 중국산 백신 홍보는 삼가고 있다. “전염병과의 싸움은 과학의 영역”이라며 “정치나 이데올로기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 편향적인 유럽의 각성을 넌지시 촉구하는 게 전부다. 중국에 대한 EU의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양측은 올해 코로나19 ‘중국 책임론’과 신장위구르ㆍ홍콩 인권 문제 등을 놓고 얼굴을 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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