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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로 본 2020년 지구촌] ②독재와 무능 정치는 이제 그만... "바꿔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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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로 본 2020년 지구촌] ②독재와 무능 정치는 이제 그만... "바꿔야 산다"

입력
2020.12.31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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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부정선거 벨라루스 21주째 시위 중
태국·나이지리아도 민주주의 요구 거세
"민생 해결하라"... 레바논, 부패정치 조준?
"무능 정치권 물러날 때까지 시위는 계속"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대가 8월 수도 민스크 독립광장 정부청사 앞에 모여 각자의 휴대폰 조명을 켜고 옛 벨라루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대가 8월 수도 민스크 독립광장 정부청사 앞에 모여 각자의 휴대폰 조명을 켜고 옛 벨라루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낡은 정치를 타도하라."

2020년 기성 정치권의 탐욕과 무능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지구촌 시민들은 참지 않고 거리로 쏟아졌다. 때론 불공정한 선거가, 또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재(人災)가, 견디기 힘든 생활고가 정부를 향한 분노의 도화선이 됐다.

벨라루스 反정부시위는 5개월째 진행 중

동유럽의 작은 나라 벨라루스 국민들은 올해 단단히 화가 났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21주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 몰표를 받았다는 8월 9일 대선 개표 결과가 성난 민심을 자극했다. 26년 장기 집권자를 몰아내기 위한 전국적 시위는 개표 당일부터 시작됐고, 8월 30일엔 무려 10만명 넘는 군중이 거리로 나섰다. 벨라루스가 독립을 선언한 1991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거센 저항에도 물러서지 않는 루카셴코의 ‘믿을 구석’은 러시아다. 서방 방어선이 필요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루카셴코 정권을 대놓고 지지한다. 반대로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루카셴코를 제재하면서 시위대를 지원 사격했으나 묵직한 ‘결정타’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시위는 이제 장기전 양상이다. 강경 진압에도 수천명이 참석하는 시위가 매 주말마다 계속되며 체포 인원만 불어나고 있다. 경찰에 검거된 사례가 3만건이 넘고 시위대 폭행은 일상사가 됐다. 4명은 민주화를 외치다 숨졌다.

23일 8월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폭발 사고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망자 이름으로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사고 장소에 세워졌다. 뒤편에 복구 작업을 하는 중장비들이 보인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23일 8월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폭발 사고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망자 이름으로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사고 장소에 세워졌다. 뒤편에 복구 작업을 하는 중장비들이 보인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민생 해결·왕실 개혁... 다양한 분노 분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거센 함성은 아시아ㆍ아프리카 대륙에도 상륙했다. 태국에선 청년 세대가 10월 중순부터 격화한 일명 ‘세 손가락 항쟁’의 주역이 됐다. 젊은층의 지지를 받은 퓨처포워드당(FFP)이 국회 3분의1 의석을 얻고도 정부의 압박 속에 올해 2월 해산되자 청년들은 군사정권을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왕실 혁신’도 더 이상 이들에게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었다.

나이지리아 국민들도 무소불위 공권력을 방관할 수 없어 한 데 모였다. 10월 폭력 집단으로 변질된 경찰 특수조직 ‘강도퇴치 특수부대(SARS)’를 해체하는 결실을 맺자마자 이번엔 국정 쇄신으로 눈을 돌렸다. 1990년 민주화 이후 최다 인파가 개혁의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평화시위 도중 경찰 발포로 사망자가 나온 뒤 폭력사태가 잦아지면서 국제사회는 불안한 시선으로 나이지리아의 민주화 여정을 지켜보는 중이다.

2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거리를 가득 채운 반정부 시위대가 저항의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2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거리를 가득 채운 반정부 시위대가 저항의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레바논 국민들은 무능한 정부에 질려 머리띠를 둘렀다. 이미 지난해 10월 경제난과 부패한 정치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싹튼 분노의 물결은 8월 4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정점을 찍었다. 200여명이 스러졌고, 6,000명 넘게 다쳤다. 또 30만명은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지금도 거리를 떠돈다. 질산암모늄을 폭발케 한 원흉은 정부의 무관심, 명백한 인재였다.

사고 후 5개월이 지났지만 정국은 여전히 혼미하다. 하산 디아브 총리가 짧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후 총리만 두 번 교체됐다. 정치권은 복잡한 종파ㆍ정파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 내각을 구성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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