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부문] '김군을 찾아서' 강소영 편집자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강소영(39) 편집자는 되뇌었다. ‘아직 못다한, 뻗어 나갈 이야기가 많을 거 같은데.’ 영화를 만든 강상우(37) 감독을 무작정 찾아간 건 아쉽고, 궁금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도 방대한 작업을 한번 정리해야겠단 생각이었더라고요.” 그 마음이 합쳐져 영화 ‘김군’은 책 ‘김군을 찾아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야기의 뿌리는 동일하다. 보수 논객 지만원으로부터 ‘제1광수’라 지목된 5·18 광주항쟁 사진 속 인물 ‘김군’을 추적하는 과정. ‘광주’를 다뤘다고 해서, 거창한 대의명분으로 시작한 건 아녔다. 두 사람 모두 5·18을 겪어보지 못한 서울 출신의 1980년대생들. 처음엔 ‘흥미’였다. 광주사람들에겐 김군, 5·18 기록관에선 무장한 시민군, 우익단체에겐 북한 특수군으로 호명되는 강렬한 눈빛의 한 남성을 정말 찾고 싶었다. 영화가 완성되고 책이 나오기까지 7년, 공식적인 인터뷰 대상자만 103명, 광주 거리를 탐문하며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만남이 있었다. 김군을 찾고 싶다는 집요한 진심은, 실체적 진실을 향한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5·18 40주기에 맞춰 출간하려고 했던 책은 8월에서야 나왔다. 출간이 임박한 시점, 저자가 ‘넝마주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새로운 증언자를 만나게 된 것. 5·18 당시 넝마주이와 시설 수용자들의 항쟁 참여에 관한 정설을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비공식 서사란 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었다. “5·18에 대한 관심은 5월에만 반짝이잖아요. 그때 못 내면 책을 알리고 팔 길이 요원해질 게 뻔한데, 출판사와 동료들의 믿음이 큰 힘이 됐죠.”
‘사진은 중복해 쓰지 않는다’는 편집의 원칙도 진실에 가닿기 위한 노력으로 비틀어 버렸다. 책엔 2,400여 장의 낡은 필름사진 스캔본에서 고른 ‘김군’의 사진이 수건, 머리띠, 총기, 트럭의 동선, 거리의 시계탑 등 다각도로 조명돼 등장한다.
그래서 김군을 찾았을까. “‘김군들’을 찾아냈다고 하는 이도 있고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찾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고. 김군이 나타나 스스로를 증명해내지 않는 한 그를 찾을 길은 없죠. ‘김군을 찾았다’나 ‘김군을 찾아라’가 아니라, ‘김군을 찾아서’잖아요. 그 여정에서 마주하게 된 각각의 역사들, 주류가 아닌 곁가지의 이야기들이 전하는 진실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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