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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전면적 팬데믹이 덮친 재난의 시대, 책에서 희망의 증거를 발견하다

입력
2020.12.25 04:30
수정
2020.12.25 08:4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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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본심 심사를 위해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 모인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김문정(어린이책 출판인), 권보드래(고려대 교수),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안희곤(사월의책 대표), 이수미(나무를심는사람들 대표), 김두얼(명지대 교수), 홍성욱(서울대 교수). 왕나경 인턴기자

지난 11일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본심 심사를 위해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 모인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김문정(어린이책 출판인), 권보드래(고려대 교수),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안희곤(사월의책 대표), 이수미(나무를심는사람들 대표), 김두얼(명지대 교수), 홍성욱(서울대 교수). 왕나경 인턴기자

팬데믹의 시대이다. 모두의 관심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쏠려있으나,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감염’이 의학의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팬데믹은 전면적이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증발시키는 실업의 팬데믹, 투기가 서민들 주거를 소멸시키는 거주의 팬데믹, 강자가 약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평등의 팬데믹, 권력이 법의 집행을 왜곡하는 정의의 팬데믹, 자연 착취가 자원을 고갈시키는 생태의 팬데믹, 끝 모를 소비가 지구 순환을 파괴하는 기후의 팬데믹 등 재난의 목록은 끝이 없다.

재난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이다. 언제나 책의 길은 공동체를 위협하는 재난의 실상들을 가장 낮은 자리에서 기록하고 가장 깊게 성찰함으로써 대안적 삶의 길을 찾는 것이었다. 올 한 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들의 성좌는 지성의 하늘을 가득 메웠다. 덕분에 심사 과정은 진지하고 격렬했으나, 어느 때보다 분명히 책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쁘고 즐거웠다.

'거대도시 서울 철도'는 보통의 일반 시민이 철도라는 자신의 관심사를 오랫동안 탐구해서 이룩한 드높은 성취를 보여준다. 상아탑 바깥의 독립 연구 작업이 앞으로 더욱더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수상작으로 정해졌다. '물질의 물리학'은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 교양과학 출판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다수 국내서들이 진화 등 알려진 몇몇 주제를 반복하거나 체계 없는 칼럼 모음에 그치는 현실에서 이 책은 응집물리학 전문가가 기초에서 첨단까지 관련 분야의 학문적 성과를 잘 정리한 세계적 수준의 교양서라는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번역에서는 좋은 책을 고르는 ‘번역자 안목’이 화두였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의 김승진은 번역 실력은 물론이고 번역 목록의 질이 고르다는 점, 좋은 책을 스스로 선별해 출판사에 제안하는 능동적 번역자라는 점이 고평되었다. 아동·청소년 분야에서는 신인 작가이지만 뛰어난 이야기 솜씨에 ‘스포츠’라는 신선한 소재를 개척한 '5번 레인'으로 쉽게 의견이 모였다. 편집에서는 30대 청년 인문학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전면으로 끌어낸 '인문잡지 한편'과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잘 짚어낸 '김군을 찾아서'를 놓고 긴 토론을 벌인 끝에 공동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재난의 시대, 책으로 희망의 증거를 보여 준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보낸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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