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면회금지' 선언 불구 암병동 등에
출입카드 소지자 드나들 때 슬그머니
감염병 거점전담병원인 칠곡경북대병원이 입원환자 면회 전면금지를 선언했지만 정작 암병동에 외부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등 허술한 방역시스템으로 환자 및 가족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환자는 “외부 방문객들이 많다”고 항의까지 했지만 병원 측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시기에 자칫 면회객으로 인한 입원환자 집담감염도 우려된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신종 코로나가 확산한 지난 2월부터 면회객의 병동 출입을 사실상 금지했다. 면회객으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병원 출입문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입원환자 면회 전면금지’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도 내걸었다. 일반 방문객이나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도 입구에서 인적사항과 연락처, 방문목적 등을 입력한 뒤 큐알 코드를 발급받고 체온 측정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출입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칠곡경북대병원을 비롯,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지역 5개 상급종합병원은 2017년 중반부터 외부인 면회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유명무실했던 면회 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병실 상시 출입은 보호자 1명으로 제한했다. 보호자도 병원 측이 발급한 별도의 출입카드가 있어야 드나들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 22일 오전 칠곡경북대병원 암병동의 한 입원실에는 보호자가 아닌 면회객 수 명이 입원환자를 면회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시간대는 코로나 이전이더라도 면회객이 있어서 안되는 시간과 장소이다.
한 입원환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5인 이상 모임도 금지하는 마당에 대학병원 암 병동 입원실에 외부인이 수시로 드나들어 환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환자 보호자들도 수시로 바뀌는 데다 주말이면 면회객들이 몰려와 병실은 환자보다 외부인이 더 많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암 수술 환자들은 대개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잘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을 정도인데, 이런 식으로 외부인들이 들락날락하면 병원이 감염의 온상이 될지도 모른다”며 “보호자도 자꾸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보호자들로부터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받는 등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면회객들이 출입제한지역인 병동 출입문에서 기다리다 출입증 소지자가 드나들 때 슬그머니 따라 들어가지만, 병원 측이 이를 따로 제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병실로 가기 전 간호사실이나 안내데스크 등이 있지만, 출입증을 패용하지 않아도 누구 하나 신원을 확인하거나 제지하는 경우는 없었다. 병실에서 마주친 간호사 등 의료진들도 무단 면회객을 내쫓는 일이 거의 없다.
반면 대구지역 다른 상급종합병원은 병동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출입증 소지자를 따라 들어가더라도 곧바로 데스크에서 막힌다. 출입증이 없으면 곧바로 쫓겨나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등 수도권 일부 병원은 환자나 간병인은 물론 보호자에게도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요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인들은 사실 과하다 할 정도로 방역에 신경을 쓰는데 칠곡경북대병원의 무단 면회는 병원의 행정구조에서 일어난 문제 같다”며 “지금은 외부인의 병실 출입을 철저하게 막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칠곡경북대병원 측은 “큐알코드는 병동 출입증이 아니며, 일부 입원환자 지인의 병실출입이 드러나 병실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칠곡경북대병원은 최근 올해 준공한 임상실습병동 일부 공간에 180여병상의 코로나병상을 인가 받고 내달 중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