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가 22일 동해상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에 진입했다. 다만 중국은 사전에 우리 측에 러시아와 연합훈련 중인 사실을 통보했고, 영공 침범도 없었다. 지난해 7월 중·러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했을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중국 군용기 4대와 러시아 군용기 15대가 카디즈에 진입한 후 이탈했다”며 “중국 군용기는 카디즈에 진입하기 전, 한중 직통망을 통해 통상적인 훈련이라는 정보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기를 조기 식별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선이다. 엄밀히 따지면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이 아니다. 때문에 이전에도 카디즈에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군용기가 진입하는 일들이 있어 왔다. 이날 중·러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7시간 동안 벌어졌다. 합참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4대가 순차적으로 이어도 서쪽에서 카디즈에 진입했고, 이중 두 대는 울릉도 동쪽 일대를 지나 카디즈를 벗어났다. 러시아 군용기 15대는 카디즈 북쪽에서 진입했고, 이 중 두 대는 독도 동쪽으로 카디즈를 벗어났다가 재진입한 뒤, 독도 동북쪽으로 빠져 나갔다.
중국 쪽에서는 H-6 폭격기, 러시아 측에서는 투폴레트(Tu-95) 계열의 폭격기와 수호이(Su) 계열 전투기가 이날 훈련에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이들 군용기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통상 훈련에 참가하는 공군 패키지 전력”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영공 침범 등 우발상황에 대비해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하기 직전 전투기를 대응 출격시키는 등의 전술 조치를 실시했다. 다만 영공 침범이 없었던 만큼 우리 군의 경고 사격도 없었다. 지난해 7월의 경우 러시아 군용기가 카디즈는 물론 영공까지 침범해 우리 군이 360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중·러 양국이 이날 우리 영공을 침범하진 않았지만, 카디즈에 진입한 군용기가 모두 19대라는 점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7월 카디즈 진입했을 당시 중·러 군용기는 5대였다. 중국이 이전과 달리 카디즈 진입 전, 우리 측에 해당 사실을 사전 통보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선 중·러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종의 무력시위를 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 외교부는 중러의 카디즈 진입 직후 양국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상황은 중ㆍ러의 연합훈련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추가 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러시아와의 비행 정보 교환을 위한 직통망 구축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달리, 한ㆍ러 군 직통망 미비로 우리 정부는 이날 러시아로부터 해당 비행에 대한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 러시아는 자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설정한 중국과 달리, 방공식별구역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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