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석 교수 "진단서를 공개하면 될 일" 나경원 비판
과거 환자 상태 보려면 소견서가 맞다는 반박도
나경원 SNS에 출생증명서·?출입국 기록 공개까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병원에서 발급받은 아들 출생 소견서를 공개한 걸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한 산부인과 교수가 소견서가 아닌 진단서를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도 소견서는 법적 근거가 떨어져 사실 내용을 입증하는 문서로는 부적절하다고 뒷받침했다. 일부는 이를 두고 나 전 의원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의 경우 소견서나 진단서 모두 당시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진료 기록 문서라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히려 23년 전인 1997년에 입원하고 출산했다는 기록이기에 진단서 보다는 소견서가 맞다는 의사들이 의견도 나오고 있다.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나 전 의원의 아들 미국 원정 출산 의혹이 '서류 논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한명석 교수 "참 특이한 소견서, 출생 증명서를 올려야지"
한명석 동아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견서는 말 그대로 의사의 소견일 뿐, 어디에도 서울대 병원에서 분만했다는 언급이 없다"며 나 전 의원의 주장을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의 군 입대 소식을 전하며 아들을 국내에서 낳았다는 내용의 서울대병원 소견서를 함께 올렸다. 원정 출산 의혹을 부인하기 위한 근거로 공개한 것이다. 이 서류는 1997년 12월 11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유도분만을 거쳐 12일에 아들을 낳았고, 14일 퇴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참 특이한 소견서다. 출산을 증명하려면 출생증명서를 올리면 된다"며 "차라리 진단서를 발급했다면 발급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에 더 신뢰가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22년 전 분만한 걸 소견서로 발급하는 건 아주 이례적인 경우"라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이 자신에 대한 원정 출산 의혹을 반박하고자 소견서를 올렸는데, 진단서가 아니기에 국내 병원 출산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나 전 의원이 올린 소견서 내용만으로는 서울대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는지 증명이 안 된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진혜원 검사 "특정 시점 증명하려면 증명서란 문서 내야"
진혜원 검사도 내용 증명을 하려면 진단서나 출생 증명서가 맞다며 한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자신이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했다는 내용의 졸업 소견서라고 적은 종이를 올리며 나 전 의원을 비꼬았다.
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관계는 증명한다고 하는데, 입원·졸업·재직·퇴직 등 특정 시점의 구체적인 현상에 대해선 증명서란 명칭의 문서로 그 내용을 증명한다"며 "반면 의견서나 소견서는 그 안에 기재된 내용을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고 적었다.
나 전 의원은 그러자 22일 페이스북에 "제가 아들 출생 소견서를 올리니 또 작업이 시작됐다"며 "익히 예상했다. 안 그러고는 못 견딜 부류의 사람들로, 사이비 종교 행위에 가까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견서에 입퇴원일과 신생아의 몸무게까지 상세하게 나와있는데 도대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냐"며 "터무니없는 말들을 지어내며 조작이니 위조니, 스스로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A씨 "과거 진료 기록 증명은 진단서 아닌 소견서가 맞아"
그러나 산부인과 교수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나 전 의원이 올린 소견서는 이상이 없다. 오히려 진단서가 아닌 소견서를 올리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A(45)씨는 22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이 올린 소견서를 보고 주변 산부인과 의사들과 논의했는데, 1997년 아들을 출산한 내용은 소견서로 보여주는 게 맞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며 "20여년 전 입원한 일을 현재 상태로 진단해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견서란 다른 병원 의사에게 과거 진료 기록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며 진료를 의뢰하는 문서다. 반면 진단서는 현재 환자의 몸 상태가 어떤지, 어떤 병명으로 상태가 나빠졌는 지를 보여주는 문서다.
즉 나 전 의원이 1997년 아들을 출산하며 받은 진료 기록이기에 나 전 의원의 아들 출산 당시 상태를 보려면 진단서가 아닌 소견서가 맞다는 설명이다. 진단서라면 유도분만을 위한 입원, 제왕절개 분만 등 산부인과 관련 진단명을 써야 하는데, 현재 나 전 의원의 상태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 A씨는 "당시 기록이 서울대병원 차트에 남아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다른 병원에서 받은 진료 기록이라면) 서울대병원이 소견서를 이렇게 적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견서를 뗀 담당 의사 면허 번호도 있는데, 숫자 상 레지던트일 가능성이 있다. 담당 교수가 나 전 의원의 과거 차트를 참고해 발급해 주라고 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23일 또 다시 페이스북에 출생 증명서와 임신 기간 출입국 증명서를 공개했다. 그는 "저의 당시 임신부터 출산 기간까지 출입국증명서와 어제 오후 직접 서울대병원을 찾아 발급받은 출생증명서를 공개한다"며 "제발 이런 잘못된 행동들을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장 직인이 찍혀 있고 담당의사의 면허번호, 성명이 모두 적힌 소견서까지 못 믿으면 세상에 뭘 믿고 살아갈 수 있느냐"며 "사실 뭘 보여줘도 못 믿겠다고 할 게 뻔하다. 그게 이 사람들의 고질병"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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