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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논란 의식했나?'...낙하산 고정석이던 농협회장 자리에 내부인사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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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논란 의식했나?'...낙하산 고정석이던 농협회장 자리에 내부인사 발탁

입력
2020.12.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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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환 농협은행장, 내부 출신으로 두 번째 회장 내정
4차례 관출신 '낙하산' 회장 고리 끊어 내
비판 거센 금융권 '관피아 논란'이 인사 숨은 배경 분석

22일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올해 10월 은행연합회 정기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올해 10월 은행연합회 정기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협금융지주가 내년 출범 1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회장 후보로 내부 인사인 손병환(58) 농협은행장을 추천했다. 역대 두 번째 내부 출신 인사로, 경제관료 및 정치인 출신 등 이른바 '힘 있는 전직'이 후보로 내정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최근 금융권에 들끓고 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농협이 내부 인사를 회장으로 발탁한 숨은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생명보험협회장과 은행연합회장, 보험연수원장 등 최근 공석이 된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는 모두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꿰차면서, 수년째 지속된 금융권 낙하산 논란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2일 손 행장을 신임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고 밝혔다. 회장 후보는 이사회 보고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2년이다.

농협금융은 지난달 27일 김광수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급히 후임 물색에 들어갔다. 이날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관 출신 인사가 회장 자리에 앉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고는 4명 모두 관료 출신이 회장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농협금융의 태생적 특징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신동규 2대 행장은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이었고, 그 뒤를 이은 임종룡(전 국무총리실장), 김용환(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광수(전 금융정보분석원장) 행장 모두 외부에서 선임된 바 있다. 이번 논의에서도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대사나 진웅섭 전 금감원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22일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손병환 현 농협은행장. 농협금융 제공

22일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손병환 현 농협은행장. 농협금융 제공

그러나 농협금융의 선택은 '두 번째 내부 출신' 회장이었다. 농협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으로 꼽히는 손 신임 회장은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올해 3월 농협은행장으로 취임했다. 농협 내부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도 톡톡히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추위는 "코로나19 이후는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기"라며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손 후보자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협금융을 이끌어나갈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는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를 꿰찬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1일 보험연수원장에 3선 의원 출신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내정됐고, 지난달 말에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이면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선임됐다. 전임 농협금융 회장이었던 김광수 현 은행연합회장도 역시 관 출신이다. 사실상 금융협회장 자리가 관 출신 인사들의 '신분 세탁'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논란이 지속되자 노조에서도 크게 반대하고 나섰다. 농협금융 노조는 이달 1일 "관료 출신 낙하산 회장 선임을 반대한다"며 "농협금융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 출신 인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농협금융을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새롭게 회장 자리에 오른 손 신임 회장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해 농협금융은 1조7,796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년도 대비 46% 성장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는 김광수 전 회장 주도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신임 회장은 이런 성과를 이어가야 할 부담을 떠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손 신임 회장 추천으로 9개월 만에 또다시 공석이 된 농협은행장 자리는 금융지주 임추위에서 결정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공석을 채우기 위해 올해 내에 행장 추천을 위한 임추위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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