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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입력
2020.12.2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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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구세군 관계자들이 자선냄비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급격히 심해지면서 매년 겨울 추위를 녹이던 시민들의 기부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구세군 관계자들이 자선냄비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급격히 심해지면서 매년 겨울 추위를 녹이던 시민들의 기부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연합뉴스


연말이면 한파를 녹이는 기부의 손길이 이어지련만 올해는 각 단체들이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목표 모금액(3,500억원)을 전년보다 18% 낮췄으나 아직 34% 모금 수준에 그치고 있고, 구세군의 자선 냄비도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 자체가 끊어져 황량해진 세밑 풍경을 더욱 씁쓸하게 하는 소식이다.

□ 프랑스 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올 들어 여러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으로 '합리적 이타주의'를 제시했다. 대표적인 실천 사례로 든 게 마스크 착용이다. 타인을 보호하는 마스크 착용이 나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며 한국을 모범 국가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개인주의가 강해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이 심한 서구에는 통할 얘기일지 모르나, 한국인들이 이타주의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하면 어딘지 낯뜨거운 분석이다.

□최근 한 달 사이 버스에서 마스크를 코까지 덮지 않았다고 낯선 이에게 호된 질책을 들은 게 두 번이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날카로워진 탓이겠지만, 아무런 구애 없이 타인의 삶에 간섭하는 성향이 강해진 것으로 느껴졌다. 한국에서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한 것은 자신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타인의 삶을 강제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인지 모른다. 타인을 불신하는 이기주의와 권위주의가 결합한 결과일 수 있다는 얘기다.

□ 시민들의 기부 참여가 줄어든 것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2011년 36.4%였던 기부 참여율은 지난해 25.6%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대기업의 고액 기부 등으로 기부액 규모가 준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풀뿌리 참여는 위축됐다는 얘기다. 이는 소득 격차 확대와 함께 사회적 불신의 증대와도 맞물려 있다. 기부 불참의 주요 이유로 꼽힌 게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사회적 불신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모두가 서로를 불신하며 각자의 탈출구를 찾는 각자도생에 몰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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