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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입력
2020.12.23 04:30
수정
2020.12.29 10: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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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어크 병원에서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뉴어크=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어크 병원에서 화이자-바이오앤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뉴어크=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 안팎을 오르내리면서 국민들은 패닉 상태다. 미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말레이시아 등 30여개국에서 올해 안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데 우리는 언제쯤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탓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때 K방역을 자랑하던 우리가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50여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임상시험 최종 단계인 3상을 통과한 백신은 현재로서는 화이자ㆍ모더나 백신 두 가지밖에 없다. 우리는 아직 이 두 백신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지 못했고, 승인받지 못한 백신 4,400만명 분만 확보 계획을 마련했다. 그나마도 확실하게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1,000만명 분)밖에 없다.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ㆍ세계보건기구를 통한 공동 구매 방식)를 통해 1,000만명 분, 개별 기업을 통해 3,400만명 분을 확보한다는 것은 구상에 불과하다. 특히 화이자(1,000만명 분)ㆍ모더나(1,000만명 분)ㆍ얀센(400만명 분) 백신에 대해서는 정식 계약이 아닌 ‘약정서ㆍ확약서’만 작성한 상태라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 4월 ‘치료제ㆍ백신 개발 범정부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발 빠르게 백신 확보에 나선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라 아니할 수 없다.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커지자 “속도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던 정부는 “지난 7월에는 국내 확진자가 하루 100명 정도여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말 바꾸기로 신뢰가 떨어지자 “내년 2~3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확실히 국내에 들어오니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 탓”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정부는 돈 떼일 위험을 무릅쓰고 백신 개발 단계에 있던 모더나에 1조2,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3억 도즈(도즈는 1인 접종 분)를 선구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실제로 2009년 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할 때 정부가 2,400만명 분의 백신을 구입했다가 확진자가 크게 줄면서 700만명 분이 남게 돼 백신 재고 처리 문제가 불거지자 감사원은 한 달 넘게 담당 공무원들을 집중 감사했고, 그 결과 보건복지부 과장이 별건으로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냥 뒀으면 될 것을 괜히 설거지하다가 접시를 깼다고 책임을 물은 셈이다.

의료계에서는 일찌감치 겨울철 대유행 가능성을 예견하면서 충분한 백신 확보와 전담 병상 마련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관련 공무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총대를 멘 사람이 없었다. 괜히 나섰다가 자칫 혼자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을 우려해 백신 확보전에서 오판을 하게 된 것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 명패에 새겨놓은 좌우명이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의 끝이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 책임자가 깊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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