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주이자 세계적인 부호인 마윈이 금융사 앤트그룹의 일부를 중국 공산당에 헌납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금융 정책이 혁신을 억압한다고 공개 비판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마윈이 지난달 초 중국 규제 당국과의 면담 자리에서 “국가가 필요로 한다면 앤트그룹이 보유한 어떤 플랫폼도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엔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4개 기관이 참석했다. 마윈은 앞서 중국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 자리에서 “중국 금융당국은 담보가 있어야 대출해 주는 ‘전당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가 이날 회의에 소환됐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로 사실상 마윈이 지배하고 있다. 당시 앤트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마윈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앤트그룹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당장 IPO가 무기한 연기됐고, 뒤이어 이른바 플랫폼 경제라 불리는 거대 기술기업의 인터넷 기반 사업에 대한 일련의 규제 조치가 이어졌다. WSJ은 시 주석이 앤트그룹의 금융 위험성을 조사하고 IPO를 취소하라고 금융 당국에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마윈의 제안이 없었더라도 중국 정부는 언제든지 앤트그룹을 국유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앤트그룹에 자본 규제를 비롯해 각종 규제를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그로 인해 앤트그룹의 자본금이 부족해지면, 국영은행이 앤트그룹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중국 핀테크 분야 전문 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마틴 초젬파 연구위원은 “중국은 은행간 결제 시스템 넷뉴니온을 비롯해 앤트그룹이 구축한 금융 인프라의 일부를 이미 사실상 국유화했다”며 “중요한 정책 목적을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플랫폼을 국유화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각종 규제 정책을 들이밀며 인터넷 기업 길들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앤트그룹도 결국 무릎을 꺾었다. 징센둥 회장은 IPO 무산 이후 40일 만에 공개석상에서 “금융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금융 분야 혁신과 발전의 전제”라고 말하며 몸을 낮췄다. 바이두, 징둥, 텐센트도 최근 온라인 예금 상품을 관련 앱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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