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속도전으로 4억5000만명 접종 임박
바이러스, 전파 속도 빠른 변이로 대응
영국發 확산에 전전긍긍… 불안도 고조
인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이의 전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초 개전 뒤 줄곧 열세를 면치 못하던 인류가 백신으로 반격을 개시하면서다. 하지만 아무리 서둘러도 아직 우세한 편은 바이러스다. 확산 속도가 백신 면역을 능가하는 ‘영국발(發) 변종’이 출현했고, 유럽이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2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속전속결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의 권고가 당초 일정보다 일주일 넘게 빨리 이뤄졌고, 몇 시간 만에 EU 집행위의 결정이 뒤따랐다. 이에 따라 27일 EU 전역에서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27개국 4억5,000만명이 대상이다. 접종은 의료 종사자와 요양 시설 고령자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내년 1분기 말이면 일반 대중도 주사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면역 강화는 지금 유럽의 급선무다. DPA통신에 따르면 백신 연구ㆍ생산이 용도일 경우 설령 낙태된 태아의 세포 조직이 쓰인다 해도 도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날 교황청이 밝혔을 정도다.
이런 속도전 양상은 영국발 변종 확산에 따른 긴장감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변종 코로나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유럽 대륙 대부분 나라가 영국발 입국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이날 0시부터 이틀 동안 도버항 등 항구는 물론 유로터널을 통한 자국 입국도 차단하기로 했다. 런던ㆍ벨기에 간 고속열차 유로스타 역시 운행이 중단됐다.
스웨덴은 영국은 물론 덴마크발 입국까지 틀어막았다. 크리스마스 쇼핑객을 막기 위해서다. 덴마크는 변종 코로나가 번진 나라 중 하나다. 스웨덴이 이웃나라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한 건 처음이다. 이날 유럽 주요국의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것도 영국발 변종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불안감을 증폭시킬 만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 자문기구 ‘신규 호흡기 바이러스 위협 자문그룹’ 소속인 닐 퍼거슨 임피리얼 칼리지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데이터상 영국발 변종에 어린이들도 쉽게 감염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간 어린이는 어른만큼 코로나에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방역 당국에는 공포 심리도 바이러스만큼 큰 적이다. EMA 관리들은 EU가 사용을 승인한 백신이 변종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변종이 아직 통제 불능 상태는 아니라고 이날 각각 주장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화상 언론브리핑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데 조금 더 효과적으로 변했다 해도 막을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독일 매체 빌트TV와의 인터뷰에서 2주간 영국 변종에 대한 백신의 효과성 검증 실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사정은 바이러스에 유리하다. 백신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실내 생활이 늘어 바이러스 억제에 취약한 겨울철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1주일 동안 유럽에서 스페인 35% 등 10만명당 신규 확진자 발생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