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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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고립돼 있었어. 대검뿐만 아니라 검찰 전체에서 그랬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명령에 대한 현직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들불처럼 번지던 지난달 말, 검사장 출신 A 변호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추 장관의 인사 이후 대검찰청 간부진 가운데 윤 총장의 ‘우군’이 거의 없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오히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검찰 전체’에서의 고립. 사실은 전국의 일선 검찰청에서도 윤 총장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었다.
A 변호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거친 수사 방식, 과도한 ‘측근 챙기기’ 등을 두고 검찰 내 여론이 좋지 않았거든. 그런데 추 장관이 절차도 무시하며 총장 직무를 정지시키니 ‘공분’이 생긴 거지. ‘윤석열 라인’이 아닌 검사들까지 윤 총장 편에 서도록 추 장관이 만든 거야.” 이런 해석을 따르자면, 결국 검사 집단반발은 추 장관 조치에 대해 ‘이건 아니지 않나’ 하면서 반기를 든 것,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현직 검사들이 ‘총장님 수호’ ‘윤석열 지지’라는 깃발 아래 대동단결했다고 보는 건 확대해석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 누군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그와 대립하는 다른 누군가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쉽게 둔갑한다. “적(敵)의 적(敵)은 내 편”이라는 삼단논법 탓이다. 지지율 경쟁ㆍ득표 싸움 중심으로 굴러가는 정치 세계가 특히 그렇다. 시민들은 ‘○○당’이 싫어서 ‘△△당’을 찍더라도, △△당은 ‘우리가 잘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승리에 취하고, 오만과 독선에 빠진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물론, 시민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도 별로 다르지 않다. 반사이익을 통해 얻은 일시적 지지가 위험한 이유다.
윤 총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추 장관 조치에 항의하는 전국 59개 검찰청 소속 평검사들의 성명서를 본인에 대한 ‘뜨거운 지지’로 오독하진 말아야 한다.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외부의 거센 압력에 직면했을 때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는 건 그냥 생존본능이거나, 아니면 최악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뿐이다. 자신을 응원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리더가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22일 법원 심리 이후 어떤 결론이 나올지 모르지만, 만약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이 중단돼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승리감’에 도취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지난해 7월 총장 취임 직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요직을 모조리 ‘윤석열 사단’으로 채웠을 때, 그리고 올해 1월 ‘윤석열 라인 학살’이라고 불린 검찰 간부 인사 때, 지방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검사의 평가가 어땠는지 숙고해 봤으면 싶다. 이른바 ‘윤석열 스타일’을 한 번쯤 진지하게 되돌아보자는 말이다.
하지만 윤 총장에게 ‘성찰’의 시간이 주어질지는 의문이다. 그의 본의와는 무관하게 이미 정치판에 끌려들어 온 형국이기 때문이다. 총장직에 복귀하든, 정직 상태가 유지되든 ‘윤석열’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계속 등장할 공산이 크다. 역사가 보여주듯, ‘반대급부’로서의 지지율은 사실 신기루와 같은 허상인데도 말이다. 그러니 이번 주든, 2개월 후든 복귀 일성으로 이런 말을 내놓는 건 어떨까. “징계위원들의 의심은 틀렸습니다. 정치할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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