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재활용 수고, 60%는 그대로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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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재활용 수고, 60%는 그대로 버려진다

입력
2020.12.22 04:30
수정
2020.12.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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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활용 보고서- 플라스틱의 생로병사>
열심히 분리해도 수집·선별·처리 중 60%가 폐기
민간 의존 한계·처리 단가 비현실화 '고질적 문제'

지난달 3일, 수집 업체인 영부환경이 인천시 계양구를 돌면서 수거한 폐기물을 선별업체 직원들이 내리고 있다. 우태경 기자


“분리수거만 잘 하면 다 재활용되는 거 아닌가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이지수(48)씨는 재활용쓰레기 분리 수거에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페트병은 투명한 것과 색깔이 있는 것을 구분하고, 비닐 라벨도 일일이 떼어 내놓는다. 배달음식을 담았던 플라스틱, 과자 가루가 묻은 비닐 포장도 모두 깨끗하게 닦는다.

'제대로 내놓지 않으면 업체에서 수거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 때문만은 아니다. 주민들이 대충 내놓은 재활용품을 어렵사리 분류하는 경비원 아저씨들의 모습이 우선 안쓰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중학생이 된 두 아이가 물려받을 환경을 위해서라도 자원 재활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플라스틱 용기를 설거지까지 해서 내놓는 이지수씨의 노력은 결실을 이룰 수 있을까? 과연 이씨가 내놓은 플라스틱 재활용품 중 어느 정도가 실제 플라스틱 가공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재활용품의 선별·가공 작업을 따라가며 이씨와 같은 이들의 수고로움이 얼마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해 봤다.

주부 이지수씨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이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나오는 재활용품이 1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1단계: 처리 용량 넘어선 플라스틱 쓰레기

인천 계양구의 재활용 쓰레기 수집 업체인 영부환경. 이 곳에서 인천 서구의 선별장으로 출발하는 3.5톤 트럭 화물칸은 이미 4분의 1 정도가 차 있다. 전날 선별장이 꽉 차 재활용품을 선별장에 내려놓지 못한 채 도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40여분 간 원룸촌 4곳과 빌라 2곳을 들르자 벌써 짐칸이 가득 찼다. 화물칸을 가득 채워 선별장으로 향한 트럭은 이날도 40분을 대기한 후에야 겨우 하적을 시작했다.

매일 밤 선별장 앞에서는 줄을 지어 하적을 대기하는 수거업체 트럭들이 꼬리를 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플라스틱 재활용품 배출이 폭증하면서 줄은 더 길어졌다. 김영모 영부환경 부장은 “플라스틱 배달 용기가 징그러울 정도로 나온다”며 “선별장에 새로 쏟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영부환경이 계양구 일대 2만5,000여가구에서 하루에 수거하는 재활용품은 5, 6톤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46%)는 2단계인 선별 과정으로 가자마자 ‘잔재쓰레기’로 취급돼 폐기된다.

2단계: 선별 단계에서 35%가 폐기

선별업체인 미래ENT 공장 뒤 켠에 폐플라스틱이 잔뜩 쌓여있다. 선별업체 관계자는 “배달 용기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돈 안 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둥그런 배달용기가 곳곳에 띈다. 최다원 기자

수집 업체로부터 재활용품을 넘겨받은 선별업체들도 밀려드는 플라스틱 더미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충북 청주시의 재활용품 선별업체 미래ENT를 들어서자 온갖 폐기물이 섞인 플라스틱 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장 뒤엔 선별을 거쳐 네모나게 압축해놓은 비닐 더미(베일)가 변색된 채 벽처럼 쌓여 있다. 선별 작업을 거쳐 판매하기 위해 압축해 뒀지만 단가 하락으로 팔지 못해 폐기를 기다리고 있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4명의 직원들이 재활용품을 선별하느라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다. 음식물로 오염된 재활용품은 손도 대지 않지 않았는데, 더러워서가 아니라 재활용이 불가능해서라고 한다.

벨트 위에 올라온 플라스틱의 10개 중 4개 정도는 그대로 버려졌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재활용품 배출량이 크게 늘었지만 업체에선 “소포장 배달용기는 우리 입장에서는 마이너스인 애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무 재질이 붙어서, 비닐이 달려서 등등 재활용이 불가능한 사유도 제각각이다.

결국 처리업체로 갈 수 있는 선택 받은 재활용품은 6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고형연료로 태워 쓰거나, 소각해서 폐기 처분을 한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쏟아져 내려오는 폐플라스틱 중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만을 직원들이 일일이 골라내고 있다. 이전엔 7, 8명이 했던 작업을 이젠 4명이서 해내고 있다. 최다원 기자


3단계: 마지막 관문 '처리' 과정서도 15% 폐기

까다로운 선별 과정을 통과한 플라스틱이 재활용 원료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마지막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도권 소재 한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처리업체에서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인 플라스틱 플레이크(Flake)들이 기계에서 연신 쏟아지고 있었다. 공장 마당에 켜켜이 쌓여 있는, 재활용 PET 베일들을 세척ㆍ절단해 만든 것들이다.

이곳에서 분류 작업을 하는 3명의 직원은 섞여 들어온 철사, 고무, 계란판, 비닐 따위를 솎아내느라 숨돌릴 틈이 없다. 페트병에 붙어있는 형형색색 라벨지 탓에 작업 속도가 더뎌졌다. 한 선별담당 직원은 “한 번 걸러져 온 곳인데도 15%정도는 재활용 자격을 못 채운다”고 말했다.

플레이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페트병에 붙은 라벨이 제거돼 포대자루에 따로 떨어지고 있다. 처리업체 관계자는 “라벨은 재활용하지 않는다”며 “가정에서부터 라벨을 분리해서 배출하든지, 제조업체가 라벨을 없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이 단계를 거쳐야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비로소 완성된다. 투명, 불투명, 초록색, 갈색, 혼합색 등 5종류로 분류된 플레이크는 '재활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액세서리점 큐빅 모음처럼 깨끗하고 영롱한 빛깔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포장재나 산업자재(페인트ㆍ부직포), 섬유 등을 만들 수 있는 원료”라면서도 “순도가 높을수록 활용도가 다양한데, 우리나라의 플레이크 질로는 아직 포장재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해도 '쓰레기산'이 더 높아지는 이유

플라스틱 재활용품은 2단계에서 3분의 1, 3단계에서 15% 이상이 버려진다. 업체 관계자들은 각 가정에서 나온 플라스틱 재활용품 중 실제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비율은 40% 수준에 그친다고 말한다.

수거·선별·처리 과정에서 탈락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립·소각 비용이 급등하면서 몰래 투기하는 일이 빈발한다. 경기 평택시 2만 2,000여톤의 '플라스틱 쓰레기 산'도 그렇게 생겨났다. 재활용이 쉬운 생수병부터 시작해 린스통, 과자봉지 등 없는 것이 없다. 평택시 관계자는 재활용 마크가 선명한 플라스틱을 집어내며 “매립ㆍ소각 비용이 오르니 몰래 내다버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경기 평택시에 2만 2,000여톤의 폐기물이 산처럼 솟아있다. 오랫동안 방치된 폐플라스틱과 비닐 등이 엉겨 붙어있고 바닥엔 플라스틱 조각들이 조약돌처럼 흩뿌려져 있다. 최다원 기자


통계상 재활용률 59%지만 실제론 40%

사정이 이런데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재활용 강국'으로 통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7년 환경성과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을 '폐기물의 80% 이상을 재활용하고 폐기 방식도 매립에서 재활용으로 전환한 모범국가'로 꼽았다. 폐기물 중 실질적으로 재사용되는 물질회수율도 59%로 OECD 평균(34%)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국내 재활용 업체와 전문가들은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추산한 한국의 실질 재활용률은 59%가 아니라 40% 정도다.

재활용 업체들은 재활용품 중 가장 비중이 큰 플라스틱 소재가 단일화되지 못한 점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유통되는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 PET,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20여종에 달하며, 이를 재활용하려면 사람이 일일이 소재별로 골라야 한다. 그러나 한 무더기에 뒤섞인 수만톤 플라스틱에서 종류별로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8년 대한민국 플라스틱 재활용률. 우태경 기자

제도의 공백 또한 플라스틱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정부는 2003년 기존의 예치금 제도를 개선한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EPR)를 신설해, 생산자가 제품의 마지막 단계인 재활용까지 책임을 지도록 했다.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쉬운 소재를 쓰도록 하고, 그게 어려우면 환경 분담금을 내도록 해 재활용 인프라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다만 EPR은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을 규제하지는 않는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용량이 급증한 배달용기는 EPR 규제 밖에 존재하는 플라스틱이다. 그래서 배달용기 생산자와 사용자는 재활용 분담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배달용기는 원천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배달용기는 내열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플라스틱에 화학물질을 섞어, 뜨거운 음식도 담을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재활용 제품으로 가공하는 열처리 단계에서 녹지 않는다. 한 선별업체 관계자는 “배달용기는 재활용이 안 되니 다 쓰레기로 간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지난달 4일 충북 청주시의 폐기물 선별업체 미래ent에서 배달용기만 따로 모아서 압축한 모습. 배달용기는 일반 플라스틱 재질과 다른 복합재질이기 때문에 별도로 분류를 해야 한다. 최다원 기자

민간에만 재활용을 위탁하는 구조도 해묵은 문제다. 특히 저유가로 인한 플라스틱 단가 하락으로 민간업체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현장에선 플라스틱 처리에 대한 책임감이 점차 낮아진다.

결국 문제는 가격이다. 가정에서 철저하게 배출을 하면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결국은 단가 문제 때문에 버려지는 게 적지 않다는 것이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재활용을 꼼꼼히 할수록 인건비가 더 들어 적자만 커진다. 선별업체 관계자는 “플라스틱 단가가 ㎏당 300원에서 100원으로 낮아졌다”며 “플라스틱을 받을수록 적자가 나니, (최종단계인) 처리업체에서는 이제 플라스틱을 보내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의 수집·운반업체 관계자는 “상반기만 적자가 7억”이라며 “재활용은 나라에서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하는데 손해를 보고 어떻게 하겠느냐”고 푸념했다.

정부와 지자체 역할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를 개선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김 이사장은 “쓰레기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며 “민간에만 맡길 게 아니라 직접 나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 역시 “민간에만 책임을 전가하면 쓰레기 대란은 시간 문제”라며 “폐기물은 공공 사업인만큼 지자체가 민간업체 수익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PR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EPR을 강화해 모든 플라스틱 사업장을 포괄할 수 있도록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플라스틱 배출자가 책임을 지는 '배출자 책임 원칙'을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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