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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결국 '법정관리' 신청...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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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결국 '법정관리' 신청...격랑 속으로

입력
2020.12.21 17:44
수정
2020.12.22 07:5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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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ARS프로그램 동시 신청…3개월 간 채권단 설득 계획
법정관리 시 매각 가능 자산 평택·창원 공장 뿐…대규모 구조조정 우려

쌍용자동차가 서울회생법원에 법인 회생 절차를 신청한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쌍용자동차가 서울회생법원에 법인 회생 절차를 신청한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유동성 위기로 고전해 온 쌍용자동차가 11년 만에 또 다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최근 15분기 연속 영업적자 등으로 악화된 경영에 1,6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진 게 주된 원인이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쌍용차는 3개월 간 법정관리를 보류해주는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결정(ARS 프로그램)'을 통해 채권단과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쌍용자동차는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회생절차 신청을 결의하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금지명령 신청서, ARS 프로그램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난 15일 경영상황 악화로 JP모건(약 200억원), BNP파리바스(약 100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약 300억원) 등 총 600억원 규모의 해외금융기관 대출원리금을 연체했다. 지난 주말 내내 해당 금융기관과의 만기연장을 협의해왔지만 합의점 도출엔 실패했다. 게다가 이날 만기인 산업은행 대출(900억원)을 비롯해 연말까지 갚아야 할 우리은행 대출(150억원) 등에 대한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결국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다만 쌍용차는 ARS 프로그램도 동시에 접수했고, 법원 측에서도 이를 수용할 예정이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에서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이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주는 제도다. 법원의 회사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을 통해 쌍용차는 기존과 동일하게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다. 또 회생절차 개시결정 보류기간동안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합의를 이뤄내면 회생절차신청도 취소할 수 있다.

쌍용차는 당분간 대출원리금 등 상환부담에서 벗어나 회생절차개시 보류기간 동안 채권자, 대주주 등과 이해관계 조정에 합의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투자자와의 협상도 마무리해 조기에 법원에 회생절차 취하를 신청할 계획이다. 마힌드라그룹도 ARS 기간 중 쌍용차의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이해관계자와의 협상 조기타결을 통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동성 문제로 협력사와 영업네트워크, 금융기관 그리고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 매우 송구스럽다"며 "긴급 회의를 통해 전체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더 탄탄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의 향후 전망은 부정적이다. 우선 쌍용차가 3개월 간 채권단들과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이 장기간 경영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를 시작으로 올 3분기까지 4년 가까이 영업손실만 냈다. 누적 적자 규모도 7,202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83억원으로 지난해(1,258억원)보다 절반 이하까지 떨어졌다. 결손금은 7,302억원이고 자본잠식률은 86%에 달한다.

올해 초부터 진행해온 '새주인 찾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 측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인수를 상당부분 추진했지만, 인도중앙은행이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 매각을 불허하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지리자동차, BYD 등 중국 업체 일부를 제외하면 쌍용차 투자엔 무관심에 가깝다.

현재로선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의 수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가운데 자산매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월 부산물류센터(260억원), 6월 서울 구로서비스센터(1,800억원) 등을 매각해, 팔수 있는 자산이 평택공장과 창원공장 뿐이다. 두 공장을 팔게 되면 쌍용차는 자동차 생산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쌍용차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인력 구조조정' 뿐인 셈이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전체 임직원의 2,600여명이 정리해고됐던 '쌍용차 사태'의 재현을 우려해 법정관리를 반대해왔다. 당시 77일간 옥쇄 파업이 이어지면서 한상균 노조위원장 등 64명이 구속됐고, 1,700여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조합원 970여명은 옥쇄파업을 끝까지 버텼지만, 무급휴직(454명)이나 명예퇴직, 해고 등으로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쌍용차는 경영상태가 호전된 2013년 무급휴직자를 전원 복직시켰고, 올해 초까지 매년 순차적으로 해고자와 희망퇴직자를이 일자리를 되찾았다. 현재 쌍용차 임직원은 4,845명이다.

한편 정부는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부품 협력사들의 연쇄 충격을 막기 위해 지원반을 가동한다.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정책금융 프로그램 활용 및 대출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쌍용차 협력업체의 자금 애로를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산업부와 경기·충남지방 중기청 등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지원반도 가동할 계획이다.

류종은 기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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