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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참전용사 70대 노부부가 장난감 1400개를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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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참전용사 70대 노부부가 장난감 1400개를 만든 이유

입력
2020.12.22 09:30
수정
2020.12.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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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부부, 10년 넘게 무료로 크리스마스 선물
배송비 직접 지불해 가족 보호소, 유치원 등 전달
지난해 2,100만원 들어..."장난감 값 청구 안 할 것"

미국 CNN에 소개된 마이크와 주디 설리번 부부. CNN 홈페이지 캡처

미국 CNN에 소개된 마이크와 주디 설리번 부부. CNN 홈페이지 캡처

"장난감을 만드는 일은 취미로 시작한 사랑의 노동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리버사이드카운티의 휴양도시 데저트핫스프링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크리스마스 선물용 장난감을 만드는 노(老)부부가 있다. 미 육군에서 퇴역한 참전 용사 마이크 설리번(72)과 그의 아내 주디(71) 여사가 그 주인공. 이들 부부는 올해 1,400개의 장난감을 어김없이 만들어 누군가에게 보낼 준비로 벅차 있다.

20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설리번 부부는 은퇴 후 목공예 클럽에 가입해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 부부는 목공 기술이 늘자 장난감 만들기 삼매경에 빠졌고, 아예 집 뒤 편에 자그마한 가게까지 꾸려 매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70대 부부지만 장난감을 만드는 일 만큼은 힘들지 않단다. 설리번씨는 "우리는 둘 다 모두 건강해 일주일에 6, 7일 동안 8~10시간 일한다"며 "너무 재미있다"고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주디 여사도 "장난감들을 보면 머릿속에 디자인이 막 떠오른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남편이 목재와 드릴, 톱을 이용해 장난감을 재단하면, 아내가 페인트 붓질을 하고 장식품을 다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한다. 10년 넘게 맞춰와서 손발이 착착 맞는다.

코로나19에 지친 부모와 어린이 위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들 부부가 거의 하루종일 장난감 만드는 일에 매달리는 건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사명감 때문.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직장을 잃었다. 아이들 역시 밖에서 뛰어놀지 못해 집 안에 갇힌 신세가 됐다. 이런 가족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설리번 부부는 이번 주 수백 개의 장난감을 유치원과 코첼라밸리 구조대, 교회 등으로 배달할 예정이다. 심지어 인디애나·텍사스주 등 멀리 떨어진 곳에도 장난감을 보내고 있다. 장난감이 필요하다고 알려오는 곳에 두말없이 보내주고 있는 것.

중요한 건 이들 장난감은 모두 공짜라는 사실이다. 이 부부는 장난감을 만들 때 드는 모든 비용과 배송비까지 직접 지불하고 있다. 설리번씨는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콧 울프 코첼라밸리 구조대 소속 책임자는 "이들 부부가 크리스마스에 수작업으로 만든 장난감을 여러 해 동안 기증해왔으며, 아이들은 이 장난감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장난감들을 가족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난했던 어린 기억이 장난감 사랑으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설리번씨가 장난감으로 사랑을 전하는 일에 앞장서는 건 그 역시 가난을 경험해봐서다. 그의 아버지는 광부였고, 위로 두 명의 형들과 부대끼며 살았다. 형들은 모두 목수였는데, 설리번씨가 어렸을 때 그를 위해 장난감을 만들어주곤 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형제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다.

그는 "내가 받은 물건의 대부분은 수제 장난감이었다"며 "정말 멋진 것들이었고, 내가 얼마나 그것들을 즐겼는지 알고 있기에 지금 장난감을 받는 아이들이 여전히 그런 마음을 갖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설리번 부부는 장난감 값을 청구하는 것을 거부한다. 자신이 가족들에게 받았던 소중한 기억을 장난감에 담아 전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설리번씨의 큰 딸은 이들 부부가 지난해 물품 구입에 1만9,000달러(약 2,100만원)를 썼다고 귀띔했다. 자동차를 만들 때 바퀴 등 부품비가 많이 나간다고. 그래서 자녀들은 한 소셜미디어 펀딩을 통해 모금을 시작했다.

CNN은 "설리번씨는 내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손 내밀기를 바라며, 그들이 어디에 있든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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