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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소설 '대망' 저작권법 위반 논란의 결론은

입력
2020.12.21 16: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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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번역물 '대망' 개정판 두고 분쟁
저작권법 개정 후 '2차 저작물' 인정 쟁점
"2005년 출간책 새 저작물 단정 어려워"

동서문화동판이 2005년 출간한 대망 개정판(왼쪽)과 솔출판사가 2000년 출간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오른쪽).

동서문화동판이 2005년 출간한 대망 개정판(왼쪽)과 솔출판사가 2000년 출간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오른쪽).


1999년 솔출판사는 마오카 소하치가 쓴 책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정식으로 계약했다. 일본에서 단행본으로만 1억부 넘게 팔린 '인기 소설'의 국내 판권을 가져온 것이라 국내에서도 잘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솔출판사는 계약 이듬해 '같은 제목'을 달고 국내에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2005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출판사 '동서문화동판'이 '대망'이란 제목의 소설의 '개정판'을 출간한 것이다. 1975년 동서문화동판의 전신인 동서문화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해 국내에서 팔고 있던 책이다. 제목은 다르지만, 같은 원작을 번역한 책이 서점에 또하나 등장한 셈이다. 더구나 '대망'이 이미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져, 서점가에선 대망 개정판이 계속 팔려 나갔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대망 개정판은 18쇄까지 찍었다.

솔출판사는 동서문화동판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해당 출판사 대표 고모(80)씨를 2017년 고발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지적재산권협정이 발효되자 해외 저작물도 보호하도록 국내 저작권법도 개정됐는데, 대망 개정판은 법 개정 후 출간하면서 원작자 동의도 구하지 않았으므로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논리였다.

다만 지적재산권협정이 발효된 1995년 이전에 출간된 번역물들은 '회복저작물'로 간주해 저작권법상 예외로 봐준다. 그리고 회복저작물을 바탕으로 수정과 편집 등을 거친 '2차적 저작물'에 대해서도 저작권법을 어긴 게 아니라고 인정해준다. 재판에선 '2005년 대망'이 '1975년 대망'의 2차적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2005년 대망은 1975년 대망의 '2차적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고씨의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1심은 "2005년판은 새로 참여한 번역자가 1975년판에는 없었던 표현을 추가하고 새로운 표현으로 번역해 과거본과 동일성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1심은 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출판사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선 고씨와 출판사가 각각 벌금 700만원으로 감형됐지만, 유죄는 유지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2005년 대망이 1975년 대망과는 다른 새로운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며 고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원작에는 없고 1975년 대망에만 있는 창의적 표현이 2005년 대망에도 상당수 포함된 점에 주목해 수정본을 새 저작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고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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