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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5만원 '페이백' 노원구민 조례 제정 요구,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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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5만원 '페이백' 노원구민 조례 제정 요구, 더 쉬워진다

입력
2020.12.22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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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풀뿌리 민주주의 초석 다졌다


지난달 서울 노원구에서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한 구민이 투표에 앞서 인적사항을 적고 있다. 노원주민대회 제공

지난달 서울 노원구에서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한 구민이 투표에 앞서 인적사항을 적고 있다. 노원주민대회 제공

“네 식구가 있는 집은 최소 20만원씩 돌려받을 것 같아요.”

주민ㆍ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노원주민대회’가 구청장과 가진 간담회 결과를 최근 전해들은 김진숙(41ㆍ노원구 월계동)씨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구가 다 쓰지 못한 순세계잉여금(1,042억원) 활용 방안을 놓고 열린 주민투표에서 참여주민 1만7,547명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택한 ‘세금 페이백’(43.6%)에 대해 오승록 구청장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관련 조례안를 의회에 제출하겠습니다." 조례가 통과하면 구는 이를 근거로 일정 세금을 구민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게 된다. 김씨는 “구민들이 남은 세금 활용법을 직접 결정했다”며 “주민자치 시대에 굉장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1년 뒤 시행되면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나는 이 같은 주민자치가 도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 1988년 제정 이후 32년 만에 이뤄진 전부개정은 지역 문제를 숙의ㆍ결정하는 권한이 주민에게 있다는 ‘주민주권’ 강화가 골자다. 국민주권 시대에서 주민주권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 하는 것이다.

21일 법안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앞으로 주민들은 신설된 ‘주민조례발안제’를 활용, 단체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체장이 본인의 이해에 따라 조례 제정 요구를 무시하거나, 자의적으로 주민 요구를 걸러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며 “주민 의견 반영 폭이 커져 주민주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주요 내용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주요 내용


현행보다 한 살 낮은 만 18세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조례를 발안할 수 있고, 주민감사청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바뀐 것도 주민주권 강화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주민감사 청구인 수 기준도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에선 주민 200명(기존 300명)이 뜻을 모으면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 시ㆍ군ㆍ구의 청구인 수도 200명에서 150명으로 완화됐다.

주민의 뜻을 대리하는 지방의회의 역량이 대폭 확대되는 것도 큰 변화다. 지방의회가 사무국 직원의 인사권을 갖고, 현재 ‘0명’인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3년까지 의원 수의 절반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집행부 견제가 주 업무인 의회 사무국 직원의 인사권을 집행부의 수장인 단체장이 행사해 의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방의회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도 설치되는 만큼 물의를 일으킨 의원은 과거처럼 솜방망이 처벌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된다.

1년 뒤 발효 될 새 자치법에 따라 지자체 기관 구성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긴다. 한국은 그간 모든 지자체가 지방의회와 지자체장이 서로 견제하는 기관대립형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영국이나 일본처럼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단체장을 맡을 수도 있게 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인구 1만의 울릉군이 240만의 대구시와 같을 이유가 없다”며 “각 상황에 맞게 지자체를 구성한다면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유지비용은 줄이면서 행정 집행력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민투표만 거치면 지방의회 의장이 행정 전문가를 지자체장으로 임명할 수도 있다. 주민들이 전문가를 선임해 정책 집행을 맡기고 그 책임은 의회가 지는 미국의 ‘시티 매니저’ 등 상황에 맞게 다양한 지자체 구성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대도시에선 지자체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관대립형이 효과적이지만 인구 감소가 계속 되는 지역에선 의회 의장이 지자체장까지 맡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선 이번 자치법 통과로 광역생활경제권(메가시티)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부산시는 부산ㆍ울산ㆍ경남 3개 지역이 연합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을 추진하고 나섰다. 설치ㆍ운영 근거를 마련한 이번 법령에 따라 2개 이상 지자체는 교통, 환경, 상수도 등 특정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일처리가 필요할 때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꾸릴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 교토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2010년 구성된 간사이광역연합이 재난 방재와 관광, 산업진행 분야에서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자체 단독해결이 어려운 과제 해결을 위한 과제슈튜트가르트지역연합이 결성,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금창호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 통합 부작용은 피하면서 공동의 문제에 대해 인접한 지방 도시가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이제서야 만들어진 것”이라며 “국민들의 생활에 적지 않을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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