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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보도지침 데자뷔"…中, 코로나 온라인 검열 실체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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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보도지침 데자뷔"…中, 코로나 온라인 검열 실체 드러나

입력
2020.12.21 16:00
수정
2020.12.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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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中 사이버정보판공실 내부 문건 공개
올 초부터 부정 여론 차단하려 온라인 검열
지시 수천 건, '댓글 부대' 운영 등 구체 정황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20일 쇼핑을 하기 전 코로나19 감염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녹색' 표시가 뜬 화면을 안전요원에게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UPI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20일 쇼핑을 하기 전 코로나19 감염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녹색' 표시가 뜬 화면을 안전요원에게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UPI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중국의 ‘온라인 검열’ 실체가 확인됐다. 중국 당국이 감염병 확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뉴스 웹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 기준을 제시하고 ‘댓글 부대’를 운영한 것이 핵심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와 함께 올해 초부터 온라인 검열을 진행해 온 중국 인터넷 규제기관 사이버정보판공실(CAC)의 활동 내역이 담긴 내부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신문은 “문건 검토 결과,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1월부터 관련 정보에 관한 규제가 시작됐고 수천 건의 정부 지시사항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CAC는 연초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2년 창궐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을 지적했지만, 어떤 유사점도 묘사하지 말라고 자국 뉴스 웹사이트에 지시했다. 또 정부가 발표한 자료만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당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게끔 온라인 정보를 검열했다.

올해 2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처음 세상에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숨졌을 당시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분노하는 여론이 퍼지자 CAC는 특별 지시를 내려 확산을 통제했다. 중국 검열관들은 온라인 매체와 SNS에 리원량의 사망과 관련한 알림을 띄우지 말고 이름 자체를 사회이슈 주제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홍콩=AP 연합뉴스

올해 2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처음 세상에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숨졌을 당시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분노하는 여론이 퍼지자 CAC는 특별 지시를 내려 확산을 통제했다. 중국 검열관들은 온라인 매체와 SNS에 리원량의 사망과 관련한 알림을 띄우지 말고 이름 자체를 사회이슈 주제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홍콩=AP 연합뉴스

감염 확산이 본격화한 2월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고위급 회의에서 디지털 매체의 관리 강화를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건에는 CAC가 뉴스 웹사이트 및 SNS 플랫폼 규제를 위해 내린 3,200개 이상의 지시문과 1,800개의 메모 등이 적시돼 있다. CAC는 홈페이지에 어떤 기사가 얼마 동안 게시돼야 하는지, 어떤 제목을 ‘굵게’ 표시해야 하는지, 또 ‘불가능’과 ‘치명’같은 부정적 단어를 제목에 사용하면 안된다는 식의 세부 지시를 하달했다. 마치 1980년대 한국 군사정권 시절의 ‘보도 지침’을 연상케 하는 조치다.

NYT는 문건 연구자들의 말을 빌려 국가이념을 강화하는 댓글 작성과 콘텐츠 공유를 위해 중국 당국이 수십만 명을 고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상당수가 정부 부처나 공산당 조직의 하급 직원이었고 대학교수와 학생까지 댓글 부대로 일했다고 한다. 이들은 우호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대중이 많이 읽은 게시물에 댓글을 달며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CAC는 사후 평가 체계도 갖추고 있었다. 현지 웹사이트 점검에 필요한 특별팀을 꾸려 각 플랫폼이 콘텐츠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 평가하는 분기별 점수표를 보관했다. 샤오치앙 미 캘리포니아버클리대 정보대학 연구원은 “중국은 정치적으로 무기화된 검열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여론을 형성한다”면서 “다른 나라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인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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