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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위→5위→2위→1위…4개 대회 만에 상금왕, 이래서 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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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위→5위→2위→1위…4개 대회 만에 상금왕, 이래서 고진영

입력
2020.12.21 16: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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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네이플스=USA투데이 연합뉴스

고진영이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네이플스=USA투데이 연합뉴스


그의 ‘위닝 멘탈리티’는 역시 달랐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ㆍ솔레어)이 극적으로 출전하게 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최종전에서 우승하며 2020 시즌 상금왕에 올랐다. 18개 대회 가운데 단 4차례만 출전해 거둔 거짓말 같은 기록이다. 110만 달러(약 12억원)의 우승 상금을 거머쥔 고진영은 “미국에 집을 사는 데 보태겠다”며 함박웃음 지었다.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ㆍ6,55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자이자 세계랭킹 1위 탈환을 노렸던 김세영(27ㆍ미래에셋)을 따돌리고 통산 7승째를 기록했다. 이날 버디 7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1개로 막아내며 6언더파 66타를 기록,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한 그는 2위 그룹(12언더파 275타)에 무려 5타 차 앞선 완승을 거뒀다.

김세영에 한 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고진영은 초반부터 버디를 기록하며 힘을 냈다. 1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김세영과 함께 공동 선두가 된 그는 6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했고, 이 홀에서 김세영이 보기로 주춤한 사이에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후 9번 홀에서 짧은 거리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한 고진영은 김세영과 공동 선두로 전반 라운드를 마쳤지만 11번 홀부터 매서운 샷 감각으로 우승에 성큼성큼 다가섰다.

고진영은 김세영이 보기를 범한 11번 홀에서 파 퍼트를 성공하며 앞서기 시작했고, 12~14번 홀, 16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2위 그룹과 점점 격차를 벌린 고진영은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자축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고진영은 “내가 쳤지만 내가 했나 싶을 정도로 후반엔 경기를 잘 했다”며 “(미국에) 복귀할 때까지만 해도 이 대회에 나갈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실제 고진영은 지난 US여자오픈선수권에서 공동 2위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이번 대회엔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에 머문 고진영의 CME 글로브 레이스 포인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US여자오픈 직전까지 이 부문 105위에 머물렀던 고진영은 US여자오픈에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만 출전자격(포인트 상위 70위 이내)에 해당됐는데, 이 대회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순위를 단숨에 45위로 끌어올리면서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더 놀라운 건 그의 경기력 회복세다. 지난달 중순 열린 팰리컨 챔피언십에서 공동 34위에 오르며 뒤늦게 시즌을 시작한 고진영은 이후 볼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단독 5위, US여자오픈 공동 2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고,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큰 상금이 걸린 US여자오픈과 투어 챔피언십에서 활약한 그는 일주일 만에 총 158만7,286달러(약 17억4,000만원)의 상금을 보태며 올해 총 166만7,925달러(약 18억3,000만원)로 2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했다.

김세영이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 클럽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뒤 LPGA 투어 '올해의 선수'로 선정돼 트로피를 들고 있다. 네이플스=USA투데이 연합뉴스

김세영이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 클럽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뒤 LPGA 투어 '올해의 선수'로 선정돼 트로피를 들고 있다. 네이플스=USA투데이 연합뉴스


한국 선수 중 박인비(2012ㆍ2013)에 이어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두 번째 선수가 된 고진영은 김세영의 추격이 거셌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확실히 지켜냈다. 그는 “오늘 아침까지도 미국에 살 집을 알아봤는데, 최근 미국 은행 잔고를 모두 한국으로 보내 돈이 없었다”며 “이제 (상금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허미정(31ㆍ대방건설)이 거주하고 있는 텍사스주 프리스코 지역에 집을 구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세영은 이번 대회에서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메이저 퀸의 한을 풀며 2승을 거뒀던 올해 진정한 LPGA 여제로 거듭났다. 비록 상금왕 타이틀은 놓쳤지만 올해의 선수 포인트 12점을 확보, 박인비(32ㆍKB금융그룹)를 제치고 생애 첫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비록 이번주에 우승은 못했지만, 내가 올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충분히 이뤄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고진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코로나19 악재를 뚫고 무려 7승을 합작, 미국(6승)보다 더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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