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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팀 인식 벗어낸 수원삼성, 내년엔 윗물에서 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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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팀 인식 벗어낸 수원삼성, 내년엔 윗물에서 놀 준비"

입력
2020.12.24 0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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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8강 이끈 박건하 감독 인터뷰

박건하 수원삼성 감독. 수원삼성 제공

박건하 수원삼성 감독. 수원삼성 제공


수원삼성은 19일 끝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팀 울산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20 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한때 강등권까지 밀려났지만 9월 박건하 감독 부임 후 반등하면서 8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ACL에선 일본과 중국 강호들을 상대로 탄탄한 조직력을 보이며 8강까지 오르며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현재 경기 용인시 소재 클럽하우스에서 자가격리 중인 박건하 감독은 한국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감독실에서 이전 경기를 꾸준히 되돌아보고, 선수단 구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수년 사이 일본과 중국 팀들이 투자를 많이 했고 K리그 팀들이 밀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었지만, 이번에 그런 열세를 제대로 씻은 대회였던 것 같다”며 “우리(수원)에게도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중국 무대에서 코치 생활을 했던 그는 “사실 중국이나 일본 팀들과 붙었을 때 이젠 크게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며 기뻐했다.


수원 삼성 김태환이 7일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지난해 일본 J리그 챔피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동점골을 성공한 뒤 박건하 감독의 선수 시절 트레이드 마크인 '옷깃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삼성 김태환이 7일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지난해 일본 J리그 챔피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동점골을 성공한 뒤 박건하 감독의 선수 시절 트레이드 마크인 '옷깃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은 카타르에서 치러진 조별리그 잔여 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으며 같은 조의 광저우 헝다(중국)를 끌어내리고 16강에 진출했다. 이어 16강에서 지난해 J리그 우승팀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에 3-2 역전승을 거뒀고 8강 비셀 고베(일본)전에서는 전반 38분 김태환(20)이 퇴장당한 가운데서도 전ㆍ후반 90분을 무승부로 마치고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끌고 가는 저력을 보였다.

박 감독은 “카타르에서의 첫 경기인 광저우전 결과에 따라 남은 대회 운영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다행히 광저우전에서 비기면서 선수들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광저우전에서 패하면 탈락이 확정될 수 있던 상황이었는데, 강한 팀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특히 요코하마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같은 조에 편성됐던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시이아)이 정부 방침에 따라 출전을 포기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수원 삼성 블루윙스의 한석종(왼쪽)이 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도하=AP 연합뉴스

수원 삼성 블루윙스의 한석종(왼쪽)이 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도하=AP 연합뉴스

이번 대회 가장 큰 소득은 ‘수원은 약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깬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수원 선수들이 지난 시즌 열심히 하지 않은 건 결코 아니었다”며 “부임 후 전방부터 압박을 해 가며 적극적인 경기를 펼쳐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통해 승리하는 걸 목격하면서 선수들 사기도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번 대회 경험은 젊은 선수들에겐 큰 경험이 될 거란 게 박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국제 무대에서 직접 활약한 선수뿐 아니라, 경기를 뛰지 않았던 어린 선수들도 수원이 해낼 수 있다는 걸 목격하면서 많은 걸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수원의 ‘레전드’로 꼽히는 박 감독이지만, 엄밀히 당시의 수원과 지금의 수원 선수들의 무게감은 다르다. 박 감독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구단의 지원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명가 재건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기보다는, ACL 때처럼 수원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성과에 대한 목표도 현실적이다. 박 감독은 “그간 팬들이 힘들고 마음 아팠던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일단 내년엔 파이널A(1~6위)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더 나아가서는 한 번 더 ACL을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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