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공식 6명, 30일부터 선거운동
“이기흥 현회장 재선 유리” 평가
反 이기흥 단일화 여부 변수로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다음주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이기흥(65) 현 회장을 비롯해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자가 벌써 6명에 이를 만큼 치열하다. 후보자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체육계 처우 개선, 스포츠 인권 강화 등 큼직한 이슈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경쟁을 펼쳐야 한다.
21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후보 등록에 이은 선거운동 기간은 30일부터 선거 전날인 다음 달 17일까지다. 투표는 대한체육회 대의원, 회원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2,180명의 선거인단이 진행한다.
연간 약 4,000억원의 예산을 토대로 대한민국 체육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이기에 올림픽 메달리스트, 4선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잇달아 출마를 선언했다. 이기흥 현 회장이 일찌감치 재선 도전에 나섰고 강신욱(65) 단국대 교수, 문대성(44)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집행위원,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 회장,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장, 장영달(72) 우석대 명예총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체육계에선 이 회장이 재선에 유리한 구도라고 보고 있다. 지난 4년간 평창 올림픽 개최, 진천선수촌 이전, 민선 시·도회장 최초 선출 등 굵직한 임무를 수행해온데다, 현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정부와 이 회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불안요소로 본다.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는 자리이지만 정부 예산을 지원 받는다는 점에서 원활한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당장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이 회장의 의견이 갈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림픽 등 국제대회 성적 위주로 조직과 예산이 구성되는 부작용이 있다며 “KOC는 올림픽 선수단 파견과 국제대회에, 체육회는 일반 체육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 회장은 “보는 시각에 따라 양론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4선 의원 출신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은 “스포츠가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고 존중받는 시대를 열기 위해, 대한체육회는 엘리트체육, 학교체육, 생활체육을 전담해야 한다”고 최근 출마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다.
스포츠 인권 분야에 소홀했다는 비판에서도 이 회장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재임 기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폭로 등 체육계 성폭력 사건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 등 사건ㆍ사고가 이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과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문대성 위원은 18일 출마를 선언하며 “성폭력, 따돌림, 폭력 등 궁지에 내몰린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대표해야 할 대한체육회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신욱 교수 역시 “체육계 적폐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회장 선거는 체육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새 모멘텀이 돼야 한다”면서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후보가 난립할수록 고정표가 있는 이 회장의 당선이 유력해지기 때문에 반 이기흥 후보 간 단일화가 선거 막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2016년 선거에서도 총투표수 892표 가운데 과반에 크게 못 미친 294표(33%)로 당선됐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각 단체ㆍ종목 간 입장이 다르듯, 지지하는 후보도 제 각각이어서 한 후보가 표를 독식하기 힘든 구조”라며 “현재는 이 회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만 반 이기흥 후보 측의 단일화 여론이 일고 있어 선거일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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