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은 '절묘' 경쟁력은 '글쎄'
출마를 선언한 '시점'은 절묘했다. '인물 경쟁력'엔 아직은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중도 브랜드가 장점이지만 참신함이 예전 같지 않다. 2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얘기다.
'보수 야권 단일후보가 되겠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파괴력을 정치ㆍ선거 분야 전문가 6명에게 물었다.
여권 견제 심리 고조 시점 노린 '승부수'
안 대표는 출마 선언 시점을 예리하게 골랐다. 잡히지 않는 집값,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 등으로 인한 문재인 정부 견제 분위기가 고조되는 타이밍을 노린 것은 안 대표의 호착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전문위원은 20일 “커지는 여권 견제 심리를 야권의 어느 누구도 받아 안지 못했던 상황에서 안 대표가 야권 대표 선수가 되겠다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안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야권에 대한 여론 관심도가 높아졌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선거 결과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봤다.
그러나 여권 견제 바람에 안 대표가 올라 탈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안 대표는 새 정치의 상징도, 야권의 존경을 받는 차세대 리더도 아니다”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력이나 파괴력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정한울 전문위원 역시 “안 대표의 지지 기반이 탄탄하다면 대권으로 바로 갔겠지, 왜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겠느냐”고 했다.
중도 확장성은 경쟁력... '개혁성·참신함'엔 물음표
그럼에도 '중도'로 자리매김 해온 안 후보가 야권에서 갖는 확장성은 아예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배종찬 소장은 “안 대표는 중도층에 강력한 견인 능력이 있다”며 “‘반(反)문(재인) 기수로 서울시장 후보는 안 대표, 대통령 후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나도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보수에 대한 거부감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기 어려웠던 사람들도 '야권에 표를 한 번 줘볼까' 하고 생각을 해볼 계기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서울은 비교적 지역색이 옅고, 중도층 유권자가 많다. 안 후보가 잠재력을 발휘하기 좋은 공간이다. 한국갤럽의 이달 첫째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안 대표는 전국 기준 지지율이 4%에 머물렀으나 서울 시민의 지지율(8%)은 두 배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나경원 전 의원 독주 구도를 뒤흔들 경쟁력 있는 후보가 야권에 등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권 단일 후보 되는 게 최대 난관"
안 대표의 이 같은 경쟁력은 주로 '본선' 용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그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호락호락 내줄 리 없다는 것이다. 이준한 교수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 후보 경선을 치른다면, 당내 조직 기반이 없어 승리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 당원을 배제한 야권 국민 경선을 치르면 안 대표 승산이 높아질 테지만,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못하는 제1 야당'이 되는 것을 감수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야권 후보 단일화 전망을 어둡게 봤다.
어떻게든 야권 후보 단일화 문이 열린다면, 안 대표에게 해 볼 만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보수 야권이 승리하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여당에 책임을 추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하는데, 나경원 전 의원은 신변 문제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중도 사퇴 문제로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안 대표는 이들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묻기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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