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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불러온 우리 경제 변화... '결정적 5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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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불러온 우리 경제 변화... '결정적 5장면'

입력
2020.12.21 04:30
수정
2020.12.21 07: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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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나흘 만에 다시 역대 최대 규모인 1097명으로 집계된 지난 12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나흘 만에 다시 역대 최대 규모인 1097명으로 집계된 지난 12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2020년 우리 경제는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급격한 변화를 맞아야 했다. 연초부터 몰아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낳은 매서운 후폭풍이었다. 코로나19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가 깊이 패이는 중이다.

올해 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무려 4차례였다. 약 60년 만의 일이다. 추경을 통해 3차례의 재난지원금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지급됐고, 청구서는 나라 빚 증가로 날라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년만에 6%포인트 가량 증가하며 43.9%까지 치솟았다.

자산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에 나섰다. 개미들은 주식을 팔고 떠난 외국인 투자자들의 빈자리를 메웠고,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자"를 외쳤다. 코스피지수를 사상 최고치까지 끌어올린 일등공신이 됐다. '외국인=승자'의 오랜 공식을 허물어뜨린 것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과 '패닉 바잉'(공포 속 매수) 현상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현상이 됐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총공세를 폈지만, 때리면 때릴수록 집값은 뛰었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임대차3법 역시 외려 전세품귀로 이어지며 전세대란을 불렀다. 내 집 마련 행렬에 동참하지 않으면 갈수록 벌어질 자산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불안감은 "무조건 사자"로 이어졌다.

자영업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다. 당시는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아야 했다면, 이번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반강제적 휴업에 들어가야 했다. 정부가 추경 예산을 통해 재난지원금을 쥐여주기는 했지만, 피해를 만회하기엔 너무도 부족한 액수였다.

코로나19는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대면 업무를 당연시하던 국내 기업들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늘려갔고, 이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제조기업으로 차츰 확산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뉴노멀'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지만, 또 다른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①'돈 풀어 경제 살리자'...60년 만에 한 해 4번 고친 예산안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 재난지원금 편성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4월 22일. 비상경제회의를 마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불가피하게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는 정부의 2차 추경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시점이었다. 재난지원금도 '전 국민 지급’과 ‘70% 지급’을 놓고 당정간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릴 때였다. 이는 정부가 2차 추경안을 내놓기도 전인 4월 6일, 당시 총선 후보였던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3차 추경도 준비해야 한다”며 압박한 영향이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4번이나 예산안을 고쳤다. 쿠데타로 혼란스러웠던 1961년 이후 무려 59년만에 일어난 국가재정 사상 일대 사건이다. 세계를 휩쓴 코로나발 경제 충격이 그만큼 크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정치권의 조급증이 정부를 계속 압박한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존재감은 국회에 밀려 점차 옅어졌다. 1차 추경안을 논의하던 지난 3월 11일,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예산 증액에 난색을 표하는 홍 부총리를 두고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상 처음 14조원 넘는 현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했다. 네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올해 정부 지출은 당초 계획보다 42조4,000억원(512조3,000억원→554조7,000억원)이나 더 늘었다. 세계 경제가 사실상 멈추고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돈을 풀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3.9%까지 높아지며 이 비율을 40% 이내로 관리하겠다던 정부의 암묵적 지침은 어느새 무색해졌다. 홍 부총리는 “(예산을 결정할 때) 재정 지원의 합리ㆍ형평성도, 재정 건전성도 치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며 저항했지만 말뿐이 됐다.

정부는 2025년부터 나랏빚이 GDP의 60%를 넘거나, 연간 적자가 3%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여야 모두 이에 불만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지가 정부의 과제로 남았다.


②'내릴 때 산다'...증시 큰 손으로 부상한 '개미'투자자



코로나19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덮친 3월 19일. 코스피는 11년 만에 1,457.64란 최저치를 찍었다. 이때부터 외세에 맞선 동학농민운동을 빗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불길처럼 번졌다.

국내 증시를 썰물처럼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금의 빈자리를 채우며 3월 한 달에만 11조5,000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인 개인의 거대한 투자 물결. 이제 국내 증시 역사는 동학개미 전과 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한해 개인은 금융시장에서 압도적인 힘을 과시했다. 장기화되는 저금리, 저성장 추세 속에서 개인은 자산 불리기의 중요성에 눈 뜨기 시작했다. 계층 상승 사다리는 끊어진 지 오래, 꼬박꼬박 받는 월급만으로는 결코 자산을 늘릴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투자만이 살 길'이란 열망에 불을 당겼다.

이들 손에 가장 가까운 수단은 주식이었다. 올해 초 약 2,900만개였던 주식거래활동 계좌 수는 3,500만개(12월 17일 기준)로 20%나 급증했다. 저금리가 가져온 실탄(자금) 규모도 역대급이었다. 연초 30조원도 채 안 되던 증시 대기자금(투자자예탁금)은 최근 65조원을 웃돌며 사상 최대치다. 올해 개인의 주식 순매수액은 64조원이 넘는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며 위기 속에서도 국내 주식을 사들인 개미의 투자열풍은 최근 코스피를 사상 최고치까지 끌어 올린 일등공신이다. 개인들은 폭락장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며 '스마트 개미'로도 불렸다. 김정범 미래에셋대우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올해 한국 주식시장을 지킨 개인투자자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표현까지 쓰며 이들을 치켜세웠다.

그늘도 있다. 막대한 빚을 진 '빚투(빚내서 투자) 개미'를 향한 경고 목소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코스피 활황에 올라탄 신용공여 잔고(증권사에서 빌린 돈)는 사상 최대인 19조원을 웃돌며 2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젊은 층 사이에 "기회는 주식 뿐"이란 인식이 형성된 결과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터무니 없이 올라버린 집값 등 자산격차가 초래한 '재테크 좌절감'이 역대급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③한 달마다 억단위 상승...'계급'이 된 부동산


최근 부산에서는 해운대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자녀 4명을 키우는 여성과 위장 결혼한 사례가 적발됐다.

장애인ㆍ국가유공자에게 700만원씩 주고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 특별공급에 부정 청약하는가 하면, 실제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 고시원 업주에게 대가를 주고 위장 전입한 뒤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건 등도 줄을 이었다.

2020년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계급의 전쟁터'가 됐다. 계속 오르는 ‘아파트 열차’에 올라타지 않으면 벌어질 신분(자산 격차)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전투력이다. 정부의 임대차 제도 변화가 촉발한 전세대란까지 겹치면서 30~40대 중심의 ‘패닉 바잉(공포 속 매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산다)’ 현상이 더 심해졌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붙은 시장에서 정부 규제는 '백약이 무효'였다. 시장 과열 지역을 규제로 묶을 때마다 투기 수요는 어김없이 비규제 지역으로 옮겨 붙었다. 이른바 '풍선 효과'는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나타났다.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제)은 오히려 전세난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냈다. 매매와 전셋값의 역대급 동반 폭등 탓에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보다 더 큰 치명상을 입었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100% 실수요 시장인 전세 시장이 흔들리자 정부는 11ㆍ19 전세대책을 통해 확보 가능한 주택을 끌어 모아 2022년까지 11만4,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빌라, 호텔, 상가까지 리모델링해 전세로 활용하겠다는 공급 계획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 2인 가구조차 아파트 분양으로 내 집 갖기를 원한다”고 지적하면서 신규 주택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내년도 문제다. 민간업체 부동산114 조사에서 2021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4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세난 장기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④거리두기 강화로 강제 구조조정 된 자영업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A씨는 최근 재택근무를 위한 책상, 의자, 서랍장 등 사무가구들을 지역 기반 중고장터인 당근마켓에서 구매했다. A씨가 구매한 사무용 제품들은 홍대와 연남동 등에 밀집된 게스트하우스에서 폐업과 함께 쏟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취약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이 한창이다. 숙박업에서부터 음식점과 카페, 호프집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정에 속수무책이다. 경기도 시흥에서 자영업을 하는 B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그만두고 자영업에 뛰어든지 10년이 넘었는데, 매년 '올해가 가장 어렵다'고 하지만 이번엔 정말 차원이 다르다"며 "주변에 장사를 접는 사람들이 너덧명에 한명 꼴은 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2020년은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1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국내 자영업계가 강제 구조조정에 들어간 셈이다. 다만, 이를 통해 자영업계의 체질 개선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20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30%를 상회하던 한국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009년 처음으로 25% 이하까지 떨어졌다.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려온 자영업자 비율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 1998년과 2009년에 비춰볼 때 10%대로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을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5.4%로 EU(15.5%), 일본(10.4%), 미국(6.3%)에 비해 약 1.5~4배 가량 높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사회안전망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자영업자의 평균연령은 53.2세로 퇴직 장년층의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고, 자영업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직장인 가구의 81%에 수준에 불과했다. 또 자영업 가구 부채는 평균 1억원을 넘어서 직장인 가구(8,062만원) 대비 20% 가량 높았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도 자영업 과잉 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왔다"며 "코로나19로 자영업을 포기한 분들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취업 지원, 좋은 일자리 확대 등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⑤일상이 된 재택근무


일산에서 강남으로 출퇴근 하던 직장인 박모(34·여)씨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싫지 않다. 새벽 기상과 지옥철 출근으로 허비하던 시간을 집에서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어서다. 박씨는 “온라인 채팅과 전화만으로도 회사 업무에 큰 무리가 없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21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국내기업 288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가 일하는 방식으로 정착될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9.4%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특히 코로나19 종식 이후 상시 재택근무를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 중에는 대기업(41.2%)과 중견기업(35.4%)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코로나19 위기로 많은 직원이 강제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경영진과 직원들의 재택근무 인식이 크게 개선된데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다수 기업들이 많은 정보기술(IT) 습득 등의 시간과 자본을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SK와 LG, 포스코,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화상회의나 원격근무가 가능한 보안기술 도입, 문서 없는 보고, 회의시간 30분 이내 단축, 업무 진행상황 상시 공유 등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에서도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취업포털인 사람인이 코로나19가 첫 절정을 맞았던 올 4월 기업 1,089곳을 대상으로 업종별 재택근무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무직 비중이 높은 금융·보험(73.3%) 정보통신(58.8%) 업종에선 재택근무가 활발히 이뤄진 반면, 기계·철강(14.3%) 건설(20.8%) 제조(29.7%)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모든 기업에 맞는 근무형태가 아닌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적합한 최적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조아름 기자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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