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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달려온 군의관 "하루 200명 검체 채취... 의료진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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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달려온 군의관 "하루 200명 검체 채취... 의료진 태부족"

입력
2020.12.20 19:00
수정
2020.12.20 20: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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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임시 선별진료소 자원한 군의관 이정헌씨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오늘 하루만 200명 넘게 검체 채취를 했어요. 2~3시간씩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데 의료진이 너무 부족합니다.”

국군홍천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인 이정헌(32)씨. 그는 지난주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고 있다.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일할 자원자를 뽑는다는 소식에 곧바로 손을 들었다.

"부대에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일할 군의관을 모집하자마자 바로 자원했죠. 국가적인 재난 상황인데 저는 군인이기도 하고 의사이기도 하니까 뭐라도 나서서 도와야지요."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국방부는 자원한 군의관 56명을 수도권 시·도에 긴급 파견했다. 이씨는 지난 17일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3일까지를 '집중 검사 기간'으로 정하고 증상이 없어도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하루 동안만 검사 건수가 5만여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씨는 "빨리 많은 사람을 검사하는 게 목적이라 앉아서 일할 틈이 없을 만큼 정신이 없다"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급하게 만든 임시 진료시설에 소속이 다른 다양한 직종의 의료진이 새롭게 손발을 맞추다 보니 혼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하다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시민들을 보면 힘이 난다"며 "동참 의사를 밝히는 의료진이 늘고 있어 인력도 계속 확충될 것 같다"고 했다.

추위에도 시민들 장시간 기다려... 공포 커진 듯

이씨는 올해 초, 그러니까 코로나19 확산 기미가 보이던 시기에도 인천국제공항에 파견돼 입국자 대상 선별진료 업무를 했다. 그는 이어 "이곳 와보니 분위기가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며 "이제는 증상이 없어도 검사가 가능하고 추위에도 장시간 기다려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을 보면서 코로나19 공포가 상당히 커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씨는 “사실 주변에서도 자원을 한다니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부모님도 추운데 밖에서 왜 고생을 하냐고 만류했다"며 "초기 때보다는 약해졌지만 코로나19 검사를 한다니 가까이 오지 않으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진료에 자원한 국군홍천병원 소속 이정헌 군의관.

코로나19 진료에 자원한 국군홍천병원 소속 이정헌 군의관.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 코로나 대응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이씨는 "코로나19가 1년째 유행하고, 백신이 상용화되는 시점이니 검사량을 늘려 숨은 확진자 찾는 것 못지 않게 사망률을 줄이는 게 목표가 돼야 할 것 같다"며 "이미 갖고 있는 기저질환이 악화돼서인지 코로나19가 더 큰 원인인지 잘 구분한 뒤 이를 계절성 독감 같은 다른 감염질환과 비교해 국민들이 막연한 공포를 갖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생하는 동료 의사들에 대한 응원의 말도 전했다. 이씨는 "현장에 도착해보니 정말 다양한 의사분들이 자원자로 일하고 있어 놀랐다"며 "이 자리를 빌어 고생하시는 의료진들에게 힘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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