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약내용 안 지켜" 배상 판결
지난달엔 "티켓 구매자에 위약금 지급"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 예선 4차전 페렌츠바로시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경기하고 있다. 토리노=AP 뉴시스
지난해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팀과 이탈리아 명문 프로축구팀 유벤투스간 친선전 때 벌어진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건과 관련해, 경기 주최사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7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허명산)는 1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해당 경기를 주최한 주식회사 더페스타를 상대로 7억5,000만원을 물어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더페스타는 지난해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K리그 올스타팀과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 유벤투스간의 친선 경기를 주최하면서,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출전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당일 최소 45분 동안 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호날두는 끝내 벤치에만 머물러 이른바 ‘노쇼’ 논란을 빚었고, 팬 사인회에도 불참했다. 오후 8시 예정이던 경기도 유벤투스 선수단의 지각 탓에 오후 9시에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국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호날두는 ‘날강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비난을 받았다.
서울 수서경찰서 소속 수사관들이 지난해 8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곡동 더페스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들고 나서고 있다. 뉴스1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후 계약서에 명시된대로 더페스타가 △호날두 불참에 대해 1억원 △팬미팅이 2시간 미만으로 진행된데 대해 1억원 △경기 개최시간이 30분 이상 지연된데 대해 2억원 △호날두가 경기를 45분 이상 뛰지 않은데 대해 1억원 △유벤투스 선수단에 1군 선수가 70% 이상 포함되지 않은데 대해 2억5,000만원 등 총 7억5,000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더페스타는 호날두가 경기·팬미팅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항목은 모두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합의된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호날두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주최사의 의도와 무관하며,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도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호날두 사태 소송 카페' 카페지기인 이성진씨와 법률지원단장 김민기 변호사가 지난해 8월 1일 서울 강남구 더페스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에게 입장권 전액환불과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호날두 노쇼' 사태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받은 피해자들로부터 소송을 위임받아 지난해 7월 29일 주식회사 더페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뉴스1
법원은 그러나 더페스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팬미팅 진행시간을 축소하고 경기 시작시간을 연기하며 출장 엔트리에 1군 선수 포함비율을 조정하는 것과 관련해 더페스타와 프로축구연맹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또 “계약 체결에 있어 프로축구연맹이 더페스타에게 위약금 약정을 강요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박현경 판사는 지난달 20일, 이 경기 입장권을 구매했던 강모씨 등 162명이 더페스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더페스타가 입장료 절반과 1인당 5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더페스타 측은 “호날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출전하지 않은 책임을 주최사가 질 수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호날두가 부상 등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출전한다는 게 입장권 구매계약의 내용”이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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