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 회의에서 최종 후보 2인 결정을 28일로 미룬 배경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추천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여당 몫 추천위원들에게 "전향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한 부분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관계 중에 강성 모드로 일관해 왔던 추 장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추천위원은 "오늘 (후보 추천을)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하지만 추 장관이 '박 의장이 야당 몫 추천위원 추천을 요청한 게 있으니 그 뜻을 받아서 한번 정도 연기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후보 추천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야당 추천 위원인 이헌 변호사가 야당 몫 추천위원 1명을 채운 뒤 다음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다수가 반대의사를 피력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박 의장이 전날 야당 몫 임정혁 변호사 사퇴로 국민의힘에 추천위원 추천을 요구한 사실을 추 장관이 거론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공수처장 후보를 추가로 추천받자고 제안한 추천위원도 추 장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새로운 후보자를 염두에 두고 후보 추천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절차적 정당성에 신경을 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근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방침에 법원이 한 차례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게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비토권이 사라진 야당의 반발을 감내하고 후보 추천을 강행하느니,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명분을 쌓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간 강경 일변도의 모습을 보였던 추 장관이 다음 정치적 스텝을 위한 태도 전환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윤 총장과의 갈등이 일단 마무리됐고 사의 표명까지 한 추 장관 입장에서는 다소 홀가분한 상황에서 회의에 참석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정치인으로서 '투사'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추 장관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의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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