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만에 일어난 국가재정사 일대 사건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 재난지원금 편성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4월 22일. 비상경제회의를 마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불가피하게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는 정부의 2차 추경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시점이었다. 재난지원금도 '전 국민 지급’과 ‘70% 지급’을 놓고 당정간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릴 때였다. 이는 정부가 2차 추경안을 내놓기도 전인 4월 6일, 당시 총선 후보였던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3차 추경도 준비해야 한다”며 압박한 영향이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4번이나 예산안을 고쳤다. 쿠데타로 혼란스러웠던 1961년 이후 무려 59년만에 일어난 국가재정 사상 일대 사건이다. 세계를 휩쓴 코로나발 경제 충격이 그만큼 크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정치권의 조급증이 정부를 계속 압박한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존재감은 국회에 밀려 점차 옅어졌다. 1차 추경안을 논의하던 지난 3월 11일,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예산 증액에 난색을 표하는 홍 부총리를 두고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상 처음 14조원 넘는 현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했다. 네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올해 정부 지출은 당초 계획보다 42조4,000억원(512조3,000억원→554조7,000억원)이나 더 늘었다. 세계 경제가 사실상 멈추고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돈을 풀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3.9%까지 높아지며 이 비율을 40% 이내로 관리하겠다던 정부의 암묵적 지침은 어느새 무색해졌다. 홍 부총리는 “(예산을 결정할 때) 재정 지원의 합리ㆍ형평성도, 재정 건전성도 치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며 저항했지만 말뿐이 됐다.
정부는 2025년부터 나랏빚이 GDP의 60%를 넘거나, 연간 적자가 3%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여야 모두 이에 불만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지가 정부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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