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5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회의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최종 후보 2인' 선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야당의 비토권이 사라진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라 더불어민주장도 선출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결원이 된 야당 몫 추천위원 선정과 공수처장 후보 추가 선정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8일 다시 회의를 갖기로 했다. 다음달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하는 여권 입장에서는 스케줄에 다소 차질을 빚게 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작부터 야당 몫 추천위원 충원을 요구하는 논의로 신경전이 벌어졌다. 전날 야당 몫 추천위원인 임정혁 변호사가 사퇴한 데 대해 역시 야당 몫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가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여당 몫 추천위원을 중심으로 개정 공수처법 상 의결정족수(5명 이상)를 충족했기 때문에 회의 개최 및 의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변호사는 6인 체제로 열리는 추천위 회의는 무효라고 맞섰다.
추천위원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야당 몫 추천위원 추천을 요청했다"며 "원만하게 후보 추천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회의 참석자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의장은 전날 임 변호사가 사퇴하면서 야당 몫 추천위원 1명을 24일까지 추천해 줄 것을 국민의힘 측에 요청했는데 이 절차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 과정에서 여당 몫 추천위원들을 설득했다. 추 장관은 공수처장 후보를 추가로 추천받자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새로운 후보자를 염두에 두고 후보 추천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 추 장관이 추천하는 새로운 후보가 합류할 경우 후보 추천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추천위는 23일까지 추가 후보자 추천을 받고, 28일 회의에서 기존 후보자와 추가로 추천된 후보자를 두고 최종 후보를 정하기로 의결했다. 28일까지 야당 몫 추천위원이 정해지지 않으면 공석을 그대로 두고 6명 추천위원이 다시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 2인을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비토권 무력화 상황에서도 일단 한 차례 회의가 연기된 만큼 남은 기간, 여야 간 극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11일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직전까지 박 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양측이 납득할 만한 새로운 후보를 물색한 바 있다. 비록 무위로 돌아갔지만 이 과정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권 성향의 법조인을 새로 제안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도 원활한 공수처 출범을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수처장 임명 후에도 공수처가 제대로 운영이 되려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 규모의 조직 구성이 필수다. 이번에 처리된 공수처법 개정안에는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원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8조)는 규정 뒤에 ‘인사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처장이 된다’(9조)고 돼 있다. 인사위원 7명 중 2명은 야당 몫이다. 길목마다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독주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공수처법 개정안이라는 안전장치를 손에 쥔 만큼, 공수처장 후보 결정 만큼은 대승적으로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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