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구의역 사고를 희생자의 실수 탓으로 돌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도외시한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다. 변 후보자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야당은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시절이던 2016년 6월 SH공사 회의록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구의역 사고를 언급하며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었다"며 "걔(희생자)만 조금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흔들었다”고도 말했다.
구의역 사고는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김모씨(당시 19세)가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사고다. 김씨는 서울메트로 외주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의 가방에선 먹지 못한 컵라면과 삼각 김밥이 발견돼 시민들의 추모 열기가 이어졌다. 변 후보자가 비정규직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공감하기는 커녕 되레 희생자가 자초했다는 식으로 언급하고 추모 열기를 정치 공세로 인식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사석도 아니고 회의록이 남는 공식 석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것도 어이없다. 과거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교하던 일부 인사들의 막말과 다를 바 없다.
변 후보자는 전세난과 아파트값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수 격으로 투입한 인사다. 변 후보자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서울 도심 신규주택 공급 구상을 밝히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정책 구상과 별개로 이 같은 막말 논란을 빚는 인사로 여론의 불길을 잠재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청와대와 여권은 변 후보자가 그릇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엄중하게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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