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60대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택에서 대기하다 사망하면서, 정부의 병상 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자택 대기 중인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전화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환자의 위험 신호를 제대로 감지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1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자택에서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 수도권 환자는 496명(서울 227명, 경기 238명, 인천 31명)이다. 정부는 이 환자들의 상태를 유선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 공동대응상황실에 의사 6명을 배치해 자택 대기 환자들을 하루 1회 이상 전화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각 지역 보건소에서도 이중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자택 대기 환자의 사망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손 반장은 "수도권 공동대응상황실에 의사 2명, 행정 인력 10명을 확충해 병상 배정 속도를 높이고 관리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임상부, 신장 투석 등 특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별도 체계도 마련해 배정 지연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도 "집에서 대기하는 확진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치구 보건소의 1일 2회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현재의 전화 모니터링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환자의 말에만 의존하면 다른 위험 요소를 놓친 채 상태를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병상을 기다리다 집에서 숨진 서울의 60대 환자(서울 122번째 사망자)도 처음에는 동대문구 보건소 전화 문진에서 "목만 간지럽다"고 밝혀 병상 배정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하지만 고령에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던 그는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고, 확진 이틀 뒤인 14일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고 기침 증상도 있다"고 호소했으나 병상을 배정받지 못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중에 자기 기저질환을 잘 모르는 분도 있을 수 있고, 폐렴이 진행되는데 별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다"며 "통계상 확진자의 5%는 중증으로 진행되는 데다, (서울 122번째 사망자는) 기저질환도 있고 연령으로도 고위험군이었기 때문에 빨리 판단해서 입원을 시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늘면서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증세가 모호하게 나타나고 증상 인지를 잘 못해 본인이 호흡 곤란 등을 느끼면 이미 너무 늦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며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는 전화 모니터링만으론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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