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자문위, 긴급사용 승인 권고
모더나 "무증상 전파도 차단한다"?
코로나 확진 급증 상황서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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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미국 뉴욕주 빙엄턴에서 한 간호사가 연구를 위해 미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빙엄턴=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미국이 세계 최초로 두 종류의 백신을 국민에게 접종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화이자(미국)ㆍ바이오엔테크(독일) 백신에 이어 미 제약업체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의 상용화까지 초읽기에 들어갔다. 화이자 백신에서 확인되지 않은 ‘무증상 전파 차단’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게 모더나의 주장이다. 확진자가 심각하게 불어나는 미국에서 전 국민 접종 속도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인 백신ㆍ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17일(현지시간) 18세 이상 자국 성인 대상 코로나19 예방용 모더나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 접종의 위험성보다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한 VRBPAC가 찬성률 ‘20대 0’(기권 1명)으로 백신 긴급사용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FDA의 승인은 시간 문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FDA가 18일 자문위 권고를 토대로 사용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백신 접종이 개시되기 위해선 FDA 승인 뒤에도 추가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의 권고 결정 및 CDC 국장의 수용 서명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요식 행위다. 화이자 백신의 선례를 감안하면 2, 3일 안으로 후속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모더나 백신 사용이 승인된 나라는 없다. 미국이 이를 허용한다면 세계 처음이다. 더욱이 가용 백신 2종을 확보해 국민에게 접종하는 첫 사례다.
닷새 만에 100만명이 추가돼 이날 누적 확진자 1,700만명을 넘은 미국에서 모더나 백신은 절박하고도 강력한 무기가 될 것 같다. 일단 물량 공세를 유지할 수 있다. 18일 WP 등에 따르면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백신의 2차 배송 물량이 당초 계획보다 줄면서 각 주(州)가 혼란에 빠진 상태다. 17일 미 정부는 이번 주 배포한 화이자 백신 물량(290만회분)보다 90만회 적은 200만회 분량을 다음 주 각 주에 나눠줄 물량으로 발표하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안은 모더나 백신이 된다. 공급량은 화이자 백신의 세 배에 가깝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CNBC에 나와 모더나 590만회 접종분이 주 정부에 할당됐다며 내주 월요일부터 각지에 내보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미 정부 목표는 연말까지 2,000만명 접종이다.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초고속 작전’ 팀의 최고책임자 몬세프 살라위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포함해 연내에 4,000만 도즈(dose) 규모를 미 전역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들 백신은 2회 접종해야 면역력이 생긴다. 브렛 지로어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내년 6월까지 모든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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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코로나19 백신 비교. 그래픽=신동준 기자
경쟁력도 모더나 백신이 화이자 백신 못지않다.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ㆍ전령RNA)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화이자와 같지만 효능 면에서 자사 백신이 우위라는 게 모더나 측 얘기다. 특히 강조하는 장점이 전파 차단 효과다. CNN에 따르면 모더나는 15일 FDA에 추가 제출한 서류에서 자사 백신이 무증상 감염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염 진행을 막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는 수준인 화이자 백신보다 낫다는 것이다.
유통ㆍ보관도 모더나 쪽이 더 쉽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지만 모더나 백신은 냉장고 표준 온도인 영상 2~8도에서 최대 30일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뿐 아니라 영하 20도에선 6개월까지 보관 가능하다는 게 모더나 측 설명이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 1회 접종 비용이 화이자 백신은 19.5달러(약 2만1,000원) 정도, 모더나는 25~37달러(약 2만7,000~4만1,000원)로 책정돼 있다.
접종 시기는 각국이 경쟁적으로 서두르고 있다. 영국(8일)과 미국ㆍ캐나다(14일)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17일 화이자 백신 접종에 돌입했고 이스라엘도 19일 접종을 시작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7일 트위터에 “12월 27, 28, 29일에 EU 전역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썼다. 18일 화이자가 백신 승인을 신청한 일본은 내년 2월 말 접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접종 일정은 불투명하다. 계약이 완료된 게 아스트라제네카(영국) 백신 1,000만명분뿐인데, 아직 임상 시험(3상) 중이다. 내년 1분기 세계에 공급될 예정인 모더나 백신 1억~1억2,500만회분 가운데 8,500만~1억회분은 미국에 우선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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