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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폐자재가 정자로 부활… 한옥 확산에 앞장서는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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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폐자재가 정자로 부활… 한옥 확산에 앞장서는 종로구

입력
2020.12.17 19: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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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청이 2018년 관내 와룡공원에 지은 전통정자. 이 정자는 철거된 한옥에서 나온 폐자재가 사용됐다. 종로구청 제공

서울 종로구청이 2018년 관내 와룡공원에 지은 전통정자. 이 정자는 철거된 한옥에서 나온 폐자재가 사용됐다. 종로구청 제공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에 2년 전 신축된 11.5㎡(3.5평) 규모의 전통정자는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양도성 성곽길 백악구간(창의문~혜화문) 4.7㎞를 걷다 보면 중간쯤에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인데다 공원 꼭대기에 자리해 탁 트인 서울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만큼 전망도 좋아서다.

특히 고풍스러움을 자아내는 정자가 한옥의 폐자재를 재활용해 만들어진 사실에 주민들은 깜짝 놀란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철거된 한옥에서 나온 폐자재가 40%가량 활용됐다”며 “공사비 절감과 함께 건축폐기물을 전통 문화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가 양호한 품질의 한옥 폐자재를 선별해 전통정자를 짓거나 주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라져가는 전통 건축양식을 멋스럽게 재현하고, 한옥을 장려함으로써 전통문화 보전 및 확산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로구는 지난 2018년 와룡공원에 노후화한 정자를 철거한 뒤 전통정자를 지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혜화동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과 궁정동 무궁화동산, 올해에는 청진동 청진공원에도 전통정자를 지었다.

새로 지은 모든 정자에는 폐자재가 사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종로구가 지난 2015년 시민단체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힘을 합쳐 전국 최초로 건립한 ‘한옥자재은행’ 덕분이다. 한옥자재은행은 개발ㆍ신축으로 불가피하게 철거되는 한옥 부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통문화자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세워졌다.

특히 조선의 물리적 실체인 한성의 중심이었던 종로에는 안국동이나 가회동 등 예로부터 부촌이었던 곳이 많아 품질 좋은 자재로 지어진 한옥이 상당하다고 한다. 서울 시내 한옥 중 종로구가 25% 이상을 차지한다는 게 종로구의 설명이다.

폐자재 확보는 한옥 철거를 신고한 건축주들과 협의해 해체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한옥 해체는 일반 건물 해체와 달리 건축의 역순으로 전문성이 요구돼 전문가들이 4~7일에 걸쳐 진행하며 한 채당 회수할 수 있는 자재는 대략 전체의 70%라고 한다. 해체된 자재는 목재ㆍ석재ㆍ외장재 등 종류별로 나눠 보관된다. 가격은 크기, 부식갈라짐, 수종, 원산지 등에 따라 책정된다. 종로구 관계자는 “통상 전통정자 1개동을 세우려면 1억5,000만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종로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6,000만원으로 공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수리하거나 신축할 때 한옥자재은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한옥철거자재재활용은행’의 자재 판매 건수는 설립 첫 해인 2015년 22건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3배 수준(66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한옥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시 한옥건축자산과가 운영하는 건축자산전문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비용(보조금ㆍ융자금)을 지원을 받은 사례가 2016년 66건에서 지난해 127건으로 늘었다. 특히 종로구는 올해(1~11월) 서울시가 비용을 지원한 63건 중 48건(76.2%)을 차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옥의 평당 공사비가 비싸 비용을 지원해 한옥 보편화를 지원하고 있다”며 “종로구민들이 가장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한옥 건축 장려 등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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