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관위원회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관한특별법(아특법)이 안건조정위에 상정되자, 야당 몫으로 이상직 무소속 의원을 지명한 뒤 강행처리했다. 민주당 출신 이 의원을 야당으로 분류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최악의 형태로 국회법 절차를 위반했다"라고 반발했다.
문체위는 이날 안건조정위를 열고 아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을 문체부 소속기관으로 일원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전날 "숙의가 필요하다"며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청했다. 국회법에서는 쟁점 법안 조율을 위해 여야 3 대 3 동수로 최장 90일 간 논의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안건은 상정 16분 만에 4 대 2로 의결됐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 의원이 야당 몫 위원으로 배정되면서다. 안건 조정위원은 여야 협의를 거쳐 상임위원장이 지명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대량해고 사태 책임자로 지목돼 온 이 의원은 "사태해결 후 돌아오겠다"며 지난 9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복당을 요구하는 이 의원이 어떻게 야당이냐"라고 반발했다. 야당 성향의 윤상현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포함시키자는 국민의힘 주장도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안건조정위 무력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에 대한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야당 몫으로 범여권 인사로 꼽히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임명한 뒤 강행처리한 적이 있다. '입법독주'라는 비판을 받은 지 열흘 만에 유사한 상황을 재현한 셈이다.
이날 안건조정위를 넘은 아특법 개정안에는 아시아문화원을 해체해 문체부 직속 국가기관으로 전환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을 설립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준정부기관인 아시아문화원 소속 직원들을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채용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고, 관료주의 문화가 예술활동을 방해할 것"이라며 수정·보완을 요구해왔다.
개정안은 다음주 중 문체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여당은 연말까지 입법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안건조정위 진행 도중 소속 위원들의 의사진행발언까지 제지하고 처리했다"며 "안건조정위 규정과 입법취지를 심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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