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간 중앙선에 짓눌려 절반 이상 훼손?
철길 걷히면 직선화로 운행거리도 단축
일제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길로 막은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 복원이 중앙선 복선전철화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경북도는 17일 '국무령 이상룡 기념사업회(회장 이종주)' 주관으로 안동시 법흥동 임청각 앞에서 건물을 가로지르는 열차 운행 중단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임청각 앞을 통과한 마지막 기차는 전날 오후 7시36분에 지나간 동해발 부전행 제1681 무궁화호였다.
임청각은 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 집안이 대대로 살던 집이다.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영남산 남쪽 양지바른 터에 자리잡은 99칸 집이다.
일제는 석주의 집안에서 3대에 걸쳐 11명의 독립운동가가 나오자, 1942년 2월 나쁜 조선인이라는 뜻의 ‘불령선인’이 사는 집이라며 일부러 노선을 우회시켜 철길을 놨다.
임청각을 가로지르는 철로는 서울 청량리역과 경북 경주역을 잇는 중앙선이다. 집 한 가운데 기찻길이 들어서는 바람에 99칸 중 50여 칸이 허물어졌고, 진동과 소음으로 남은 칸도 크게 훼손됐다.
문화재청과 경북도, 안동시는 지난해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에 맞춰 80년간 일제에 의해 파손된 임청각을 복원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280억 원을 들여 임청각은 물론 주변에 있던 석주 집안의 출가한 자식들의 가옥까지 복구할 예정이다.
임청각 앞 철길이 사라지고 복선전철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직선화로 열차 운행 구간도 짧아진다. 현재 중앙선 충북 단양~안동 구간은 86.7㎞로, 직선화 공사가 끝나면 72.3㎞로 14.4㎞ 짧아진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독립운동 성지였던 임청각이 복원되면 애국애족과 국난극복의 국민적 의지를 모으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온전하게 복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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